중소벤처기업부가 원전 시장에서의 중소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5년간 6750억 원을 지원한다. 에너지 위기에도 불구하고 원전 비중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행보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중기부는 4일 ‘원전 중소기업 중장기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원전 강소기업 150개를 육성하고 자금 투자‧R&D 지원‧스케일업 지원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원전 중소기업 R&D 지원 추진계획’의 후속조치다.
먼저 원전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높이고, 국산화와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조기기‧부품 등 분야에 1500억 원은 투입한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중기 특화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해 원전 생애 주기에 따른 △설계 △제작ㆍ건설 △운영ㆍ유지보수 △해체 네 개 분야에서 40개 품목 및 180개 핵심 기술을 선정해 지원한다.
2027년까지 원전 중소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해서 총 2500억 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시중은행과 협력해 250억 원 규모의 ‘원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펀드’를 조성한다. 올해 말에 전담은행 두 개를 선정해서 상세한 투‧융자 조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2000억 원의 저금리 융자상품도 제공하고, 기술보증도 총 500억 원의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원전 중소기업이 간접 수출 기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기업‧대기업의 ‘간접 수출 확인서’ 발급 실적을 동반성장 평가에 반영한다. 해외 인증 획득에 최대 1억5000만 원을 지원하고 수출 바우처 사업 등에 원전 중소기업이 참여할 경우 우대한다.
다만 복합위기로 전체 중소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수의 원전 중소기업에만 지원이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 원전 중소기업은 550개다. 2021년 기준 전체 중소기업(704만 7073개)의 0.007%다. 이중 원전 부품만 전용으로 생산하는 곳은 없다. 기업이 하는 전체 사업의 10% 가량이 원전 분야다. 중기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원전 사업 부문을 없앤 기업은 있지만 그로 인해 폐업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
2016~2020년 중소기업의 원전 분야 종사자는 연평균 9.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전 분야 매출의 대부분을 주요 공ㆍ대기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연평균 3.2% 줄어들었다.
원전 중소기업의 수 자체도 적고, 해당 분야에만 종사하는 곳이 없어 충분히 다른 산업으로의 전환이 가능함에도 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뒤집기 위한 정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 지원 정책은 전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서도 벗어난다.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이달 15일에 가동 중인 원전 세 곳의 가동을 멈춘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이 멈추는 것이다. 벨기에 연방원자력통제청(FANC) 역시 현지 최장수 원자로 3기 수명 연장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원전 가동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원전에 제동을 걸며 기술의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성장을 주춤하고 있는 산업에 투자해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김우순 중기부 기술혁신정책관은 “오늘 발표한 정책은 탈원전 정책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보지 말고 이미 있던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시장에도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