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경기침체·금융불안 압박에 유가까지 변수로
미국 3월 제조업 PMI, 3년 만의 최저치
주요 산유국들이 기습적으로 감산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방정식이 복잡해졌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금융 시스템 불안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까지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트릴레마(Trilemma·3가지 딜레마)’의 덫에 걸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고차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따라 세계 경제 운명도 갈릴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깜짝’ 감산 발표로 유가가 이틀째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8% 넘게 오른 데 이어 이날도 6.3% 뛰며 배럴당 80.42달러에 마감했다. OPEC+ 소속 산유국들이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예고하자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유가 급등세는 고물가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글로벌 중앙은행에 달갑지 않은 변수다. 최근 1년간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 상단이 이미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도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의 3~4배에 달한다. 라이스태드에너지의 빅터 폰스포드 애널리스트는 “자발적 감산 결과로 올해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다”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더 매파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경제 체력이 추가 금리 인상을 감내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경제지표는 이미 경기침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 5월 이후 약 3년 만의 최저치로, 넉 달 연속 위축세를 보였다. PMI가 50을 밑돌면 제조업황이 위축 국면에 있음을 뜻한다. 당국의 발빠른 개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미국 은행발(發) 금융 불안 불씨는 여전하다.
셈법이 복잡해진 만큼 전망도 엇갈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근원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월에 전년 동월 대비 4.6% 올라 1월의 4.7%에서 둔화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 충격이 더 큰 유럽도 신중한 분위기다. 유럽중앙은행(ECB) 위원들은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입장부터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