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종목 매입도 활발…생성형 AI 폭발적 인기 한몫
SVB 파산 등으로 은행주 부진
올해 1분기 세계 주식시장에서 성장주 종목에 자금이 대폭 유입됐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지난해 거시경제 환경 악화 여파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성장주가 부활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6일 보도했다.
MSCI전세계지수는 1분기에 6.8% 오르면서 지난해 4분기의 9.4% 상승에 이어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견인차 부문이 달라졌다. 작년 4분기는 성장주가 5.1%, 가치주가 13.7% 각각 상승해 가치주가 전체 지수를 견인했다. 반면 올해 1분기는 성장주가 13.5% 뛰고 가치주는 0.6% 상승에 그쳤다.
무섭게 치솟던 물가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 시간표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성장주를 부활시켰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불거진 은행 위기도 금리 동결 혹은 인하 기대감을 키워 성장주 투자에 호재로 작용했다.
T&D자산관리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나미오카 히로시는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은 막바지에 다다랐다”며 “보유 현금이 풍부한 첨단 기술산업 등 성장주 선호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성장주 대표주자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성적은 특히 월등했다. 테슬라 주가는 1월 초 저점 대비 약 2배 뛰었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주력 차종 가격 할인을 단행,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반도체 관련 종목 매입도 활발했다. 1월 말 영국 금융회사 바클레이스는 내년까지 이어질 업황 회복 전망과 중국 경제활동 재개를 이유로 AMD,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판단을 상향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의 폭발적 인기도 반도체 수요 증가 전망에 힘을 실었다. 관련주로 자금이 대폭 유입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3개월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성장주가 부활한 반면 가치주는 흔들렸다. 특히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시작으로 금융시스템 불안이 커지면서 은행주가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은행주는 올 초만 해도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수혜를 누렸다. 이탈리아 은행 우니크레디트는 1월 개별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상승 폭이 가장 높은 주식 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은행 위기가 유럽까지 번지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지난달 미국 은행주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