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최저 수준인 4.1% 그쳐
최근 사회적으로 양극화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직원들보다 월등히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인상 폭 차이가 16배나 됐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2021년과 비교할 수 있는 6개 사(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GS건설·SK에코플랜트) CEO의 지난해 연봉 상승률은 평균 47.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직원 평균 상승률은 8.7%로, 4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이들 중에서도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두 회사 CEO의 연봉 인상률은 직원의 각각 16배에 달한다.
DL이앤씨 직원의 평균급여가 86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4.7% 오르는 사이 마창민 대표이사는 75.7% 증가한 10억63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인상률이 70%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이다. 다만 마 대표의 70%대 인상률에는 기저효과가 있다. 마 대표의 2021년 연봉은 6억500만 원으로 10대 건설사 CEO 중 가장 낮았다. 수령액이 크게 늘어난 지난해 기준으로는 중간 정도다.
비교 대상 가운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의 연봉 인상률이 사실상 가장 높고 직원과의 편차도 제일 컸다. 윤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17억9100만 원으로 전년대비 65.8% 증가했다. 2021년은 기본급 8억8000만 원과 격려금 2억 원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기본급 10억1200만 원, 성과급 7억5900만 원, 복리후생 등과 관련해 2000만 원을 수령했다.
같은 기간 직원 연봉은 1억100만 원으로 4.1% 올랐다. 현대건설의 직원 연봉 인상률은 임금이 줄어든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면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윤 사장과 직원들의 인상률 차이는 61.7%포인트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윤 사장은 7억1100만 원, 직원들은 400만 원을 더 받았다. 윤 사장은 최고, 직원들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을 기록하다 보니 직원 평균의 11배 정도였던 윤 사장의 연봉 차이는 18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해 연봉이 13억2600만 원으로 22.7% 올랐고 같은 기간 직원들은 10.6% 오른 1억2500만 원을 받았다. 오 사장의 인상률이 두 배 정도 높지만, 직원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양측의 연봉 편차는 9.6배에서 10.6배로 소폭 벌어지는 데 그쳤다.
SK에코플랜트는 박경일 사장 연봉이 17억6600만 원으로 4.3% 늘었고, 직원 급여는 1억600만 원으로 12.8% 증가했다. 포스코이앤씨와 GS건설도 50~60%대로 CEO 연봉 인상률이 높은 편이지만 직원 급여를 현대건설보다 많이 올렸다. 직원 연봉 상승률은 포스코이앤씨와 GS건설이 각각 12.6%, 7.4%다.
현대건설 노조가 임금을 9% 가까이 올려달라고 하는 데는 이런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노조는 회사 측에 내년 임금 인상률로 8.6%를 제안하고 현장 근무자 처우 개선, 차량 유지비와 식대 등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4% 정도는 인상을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며 "CEO가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직원과의 편차가 너무 크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불만이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해 연봉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