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3건 포함해도 계약 규모 2조 원 넘겨…전년보다 2건 많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올해 1분기에만 글로벌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8건 달성했다. 이는 전년보다 2건 많은 것으로, 금액 규모는 2조 원이 넘는 수치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지씨셀 △이수앱지스 △진코어 △HK이노엔 △대웅제약 △차바이오텍 △온코닉테라퓨틱스 △바이오오케스트라 등이 기술 수출 계약을 달성했다. 전체 규모는 2조169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기술수출 규모(2조1740억 원)와 비슷하나, 업계는 비공개 3건을 포함하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본다.
올해 기술수출의 첫 신호탄을 쏜 기업은 지씨셀이다. 올해 1월 미국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Artiva Biotherapeutics, Inc.)에 T세포 림프종 치료제 후보물질 ‘AB-205’를 기술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비공개다.
‘AB-205’는 T세포 림프종에 발현하는 CD5를 타깃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를 장착한 동종 제대혈 유래 NK세포치료제다. 현재 T세포 림프종은 항암화학요법 외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거의 없고 미충족 의료 수요가 매우 큰 질환이다. CAR-T 세포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나 배양 및 제조상의 어려움으로 이를 극복할 신규 모달리티로 기성품 형태의 CAR-NK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씨셀은 아티바와 협력해 국내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임상 1상을 주도하게 되며, 이후 각각 아시아 및 북미 시장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해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수앱지스는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의 바이오시밀러 ‘ISU106’를 러시아 알팜(R-PHARM)에 기술 이전했다. 이수앱지스는 계약금 및 사업진행 경로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를 수령하게 되고, 상업화 이후 매출액에 연계된 로열티를 받는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진코어는 유전자가위 기술 ‘TaRGET(Tiny nuclease, augment RNA-based Genome Editing Technology)’ 플랫폼을 이용한 유전자치료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상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진코어가 밝힌 상업화 단계에 따른 옵션 행사 및 마일스톤 등 계약 규모는 3억5000만 달러(약 4616억 원)다.
HK이노엔은 브라질 유로파마(Eurofarma)와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HK이노엔은 유로파마에 케이캡의 제조 기술을 이전하고 유로파마는 브라질에서 케이캡의 개발 및 판매를 추진한다. HK이노엔은 계약금과 함께 허가 및 출시 등 단계별로 기술료를 수령하고, 매출에 따라 로열티도 받는다. 계약 규모는 비공개이며, 계약 기간은 브라질 현지에 제품을 출시한 후 10년이다.
대웅제약은 영국 씨에스파마슈티컬스(CSP)와 PRS저해제 ‘베르시포로신’의 중화권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최대 934억 원의 기술료와 로열티를 지급받는다. 계약 규모는 적응증 확대에 따라 최대 4130억 원까지 늘어 날 수 있다.
베르시포로신의 주요 적응증인 특발성 폐섬유증은 과도하게 생성된 섬유 조직으로 인해 폐가 서서히 굳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하는 폐 질환이다. 치료가 쉽지 않아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미국 및 한국에서 다국가 2상 임상 승인을 받았으며, FDA 패스트트랙 및 국내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과제로도 선정됐다.
차바이오텍은 일본 아스텔라스의 자회사인 아스텔라스 재생의학센터(AIRM)와 43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조건 없는 계약금 1500만 달러(약 200억 원), 마일스톤 1700만 달러(약 230억 원)다. 계약에 따라 차바이오텍은 AIRM에 망막색소상피세포(RPE) 및 배아세포(Blastomere) 기술을 이전한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개발 중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자스타프라잔’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해 중국 리브존파마슈티컬그룹과 1억2750만 달러(약 16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기술수출에 따라 온코닉은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1500만 달러(약 200억 원)를 우선 지급받고, 개발 및 허가, 상업화 단계에 따라 최대 1억1250만 달러(약 1450억 원)의 기술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의 수취 후 반환의무는 없으며 상업화 이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올해 처음으로 1조 원이 넘는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글로벌 제약사에 뇌 표적 고분자 기반 약물전달체 기술(BDDS)을 최대 8억6100만 달러(약 1조1050억 원)에 기술 수출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금 규모와 파트너사는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만에 8건의 기술수출 달성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엔 올해 기술수출 순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분기 기술수출 달성 건수는 △2018년 2건 △2019년 7건 △2020년 0건 △ 2021년 6건 △2022년 6건으로 올해가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는 2020년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긴 뒤 2021년 13조 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6조3000억 원대(48억1313만 달러)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