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 전환 우려 커져…“채권시장 기업 자금조달 위축 우려”
한국전력공사의 한전채 발행 속도가 지난해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채권시장의 자금이 한전채로 쏠리면서 크레딧 채권 시장의 기업 자금조달을 위축시킬 거란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전채는 올해 1분기(1~3월) 기준 총 8조 100억 원이 발행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약 7조 원 가량이 발행됐던 것과 비교해 더 빠른 속도다.
이미 2년전인 2021년 10조4300억 원 규모와 맞먹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한전채 총 발행액은 31조8000억 원이다. 지난해 적자 여파에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던 한전이 올해도 대규모 발행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한전채의 대규모 발행이 지속될수록 약세발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점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채를 편입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만기전에 매도 가능성도 고려하면서 매수에 임하는데, 대규모 발행으로 한전채 물량이 넘쳐날 경우 유통시장에서 매도가 쉽지 않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매도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한 매수대응으로 한전채는 약세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한전채는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31조8000억 원이 발행되면서 물량 부담으로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된 바 있다. 동일동급(AAA) 공사채와 한전채 금리(3년물 기준)는 지난해초 7.2bp(1bp=0.01%p) 수준에 불과했으나 레고랜드 사태 이후 11월 47.4bp까지 확대됐다.
올해도 한전채가 대거 풀리면서 동일등급 공사채와 한전채간 금리가 재차 벌어지고 있다. 3월말 기준 20bp에 달한다.
한전채가 회사채나 여전채 등 채권시장의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채권시장의 기업 자금조달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연구원은 “사채발행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규모 부족자금 발생에 따른 한전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고 거액의 적자 발생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24년부터 재차 사채발행한도 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며 “한전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을 마냥 미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에 적절한 요금인상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