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공모주 자금몰려 스팩 시장 부진…줄줄이 상장 철회
지난해 하반기에 부진했던 IPO(기업공개) 시장이 올해 초 다시 뜨거워졌지만, 대어급 보다는 중소형 주에 자금이 몰리며 대체재 격인 스팩(SPAC·기업인수 목적회사)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이후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공모 철회 사례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6곳이다. 이 중 5개 기업의 주가가 신주상장일 시가보다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메쎄이상의 경우는 상장일인 지난달 3일 4130원으로 시작했지만 8일 2855원으로 마감해 30.87% 내렸다.
나머지 △라이콤(-17.04%) △엑스게이트(-16.18%) △화인써키트(-14.96%) △코스텍시스(-10.15%) 등도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유일하게 상장일보다 높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은 라온텍이다. 라온텍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4조1000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관련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돼 상장일 시초 대비 58.67% 올랐다.
이처럼 스팩 시장이 부진한 이유는 올해 초 공모주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뜨거워서다. 올해 1분기 상장 기업 28개사 중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코넥스, 재상장 등을 제외한 16개사 중에서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종목은 5개사가 차지했다. 또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100%인 종목은 10개로 절반을 넘어섰다.
스팩은 3년 이내 합병을 못 하면 자동으로 청산된다. 스팩이 청산되면 투자자에게 납입 원금과 예금 수준의 이자를 지급한다. 그만큼 ‘안전형’ 투자이기도 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을 땐 중소형 공모주의 대체제가 되기도 한다. 현재는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팩의 인기는 시들할 수 밖에 없다.
스팩 시장이 얼어붙자 공모 철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9일 케이비제24호스팩(공모금액 400억 원)을 시작으로 엔에이치스팩29호(255억 원), 유안타제11호스팩(150억 원), 키움제8호스팩(130억 원), 하이스팩8호(120억 원) 등이 줄줄이 철회 의사를 밝혔다.
1분기를 약간 넘어서는 4월인 현재, 스팩 철회 건수(5건)는 지난 3년간 평균보다 이미 많다. 2020년은 4건, 2021년 2건, 2022년 4건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