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대만 총통 선거 역풍 의식한 듯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전투기 71대와 군함 5척 등을 동원한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의 회동에 대한 사실상의 무력시위로 해석되지만, 지난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보다는 수위를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전날부터 10일까지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남부·동부 해·공역에서 군함, 전투기, 폭격기, 로켓 부대 등을 동원해 순찰과 군사연습을 한다고 발표했다.
훈련에서는 육·해·공군과 로켓군까지 가세해 제공권, 제해권, 정보통제권 등을 장악하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검증했다. 동시에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의 억지 태세를 만들어냈다.
스이 중국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분열세력과 외부세력의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대만 국방부는 전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만 인근에서 중국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을 확인했다. 이중에서 45대가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남서쪽 해상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에서 대중국 정책을 담당하는 대륙위원회는 “엄중하게 항의한다”며 “중국은 군사적 위협을 지속해 대만 해협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성명에서 중국 군사 훈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외교, 경제, 법률적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고 표명해왔다”고 언급했다.
이번 군사훈련은 미국을 방문한 차이 총통과 메카시 하원의장의 만남에 대한 대항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지난해 8월 차이 총통이 대만에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회담했을 때의 훈련에 비하면 억제적이라고 닛케이는 해석했다.
지난번에는 펠로시 전 하원의장 대만 도착부터 훈련을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차이 총통의 방문을 마친 뒤 훈련을 시작했다. 연습구역도 작년 8월에는 대만을 둘러싸도록 6곳을 공표했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있었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탄도미사일 발사, 대만 외교부 웹사이트 사이버 공격 등도 이번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온도 차를 보이는 이유는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총통 선거를 앞두고 지나치게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면, 대중 강경 노선을 취하는 집권 민진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 중국 지도부는 친중 노선인 제1야당 국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