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구매 계약은 단순 자산의 이전이기 때문에 ‘금 구매’와 같아”
국내 전문가, “리플은 금보다 금광업체 주식에 가까울 수도” 반문
미국의 제레미 호건 가상자산 전문 변호사가 2년 넘게 재판 중인 리플(XRP)이 증권이 아닌 이유로 회사와 리플 구매자 사이의 ‘투자에 대한 계약이 없는 점’을 주장하고 나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친 리플 변호사이자 가상자산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제레미 호건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리플랩스가 SEC와의 소송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건 변호사는 리플랩스와 리플(XRP) 구매자 사이 ‘투자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계약’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증권성을 판단하는 ‘하위 테스트’는 계약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데, 리플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위 테스트(Howey Test)는 1946년 미 대법원이 제시한 증권성 판단 기준이다. 테스트는 어떤 거래가 ‘투자 계약(Investment contract)’으로 인정되려면 △금전적 투자 △이익에 대한 기대 △공통사업 △이익에 대한 사업자 혹은 제3자의 노력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호건 변호사는 하위 테스트가 ‘투자 계약’에서의 ‘계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계약’을 전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위 테스트는 기본적으로 계약이 존재할 때, 이 계약이 ‘투자 계약’의 4가지 기준을 충족하는지 판단하는 테스트라는 것이다.
그는 하위 사례 이후 발생한 다른 사례들을 함께 언급하며, 모든 사례에서 사업자와 구매자 사이에는 항상 투자 내용과 관련한 계약이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SEC는 리플의 사례에서 이 같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계약이 있다고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호건 변호사는 “SEC는 토큰 구매 계약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투자와 계약이 분리된 상황”이라며 “회사는 자산을 이전 외에는 의무가 없기 때문에, 금을 사는 것과 같은 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자가 그 어떤 법적 구속력(계약)도 제공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어떻게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정엽 변호사는 “리플을 금으로 보려면 리플랩스(회사)가 없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리플 구매는 금이 아니라 금광 업체 주식을 산 것이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호건 변호사의 주장과 달리 리플 구매 계약에도 묵시적으로 리플 생태계 확장에 따른 이익 발생 기대와 이를 위한 회사의 역할 등이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리플의 패소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투자자 피해가 지속 발생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미 법원이 정책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 미 규제 당국은 업계가 더는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것을 못하게 하겠다는 기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리플 소송의 결과가 생각보다 생태계에 큰 영향을 없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규제 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상품으로 결론 나는 경우에도 규제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당국도 고민 중이지만, 현재 증권법 외엔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증권성을 들여다 보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리플의 증권성 판단 결과와는 별개로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조달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