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물경제 덮친 ‘돈맥경화’…경기침체 부채질

입력 2023-04-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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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건설회사 등 다양한 분야서 자금조달에 어려움
“1년 전보다 대출 힘들어져” 응답자 58.2%
2013년 6월 이후 가장 높아
WB, 경기 하방 요인으로 신용경색 꼽아

미국 은행 위기 후폭풍이 실물 경제로 번지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금융기관들이 신용을 축소하면서 기업들이 운영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맥경화(자금경색)’ 현실화로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 음료 관련 업체를 운영 중인 사라 푸일은 NYT와 인터뷰에서 해외에 판매할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대 100만 달러(약 13억2000만 원)가량의 와인을 구입해야 하는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돈줄이 말랐다며 “어디서 자금을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금융기관이 신용을 축소하면서 돈맥경화가 중소기업, 건설회사, 모기지 중개업소 등 다양한 분야로 번지고 있다. 애니반 바수 미국건설협회(A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신용경색을 언급하고 있다”면서 “신용 축소가 시작됐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고 전했다.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현실은 지표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 기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출이 1년 전보다 힘들어졌다는 응답이 58.2%를 기록해 2013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1년 후 대출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도 53%로, 2월 조사 때 48.8%에서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하면서 은행의 도미노 파산 우려가 가라앉았지만,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그 여파로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해 머니마켓펀드(MMF)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옮기고 있다. 자금 출혈이 계속되고 미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은 신용조건을 엄격하게 만들어 대출을 조이는 상황이다. 댈러스 연은은 관할 71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달 관내 은행들이 이전보다 더 엄격한 대출 기준을 적용하면서 전체 대출 규모가 급격히 줄었다고 밝혔다.

실물경제에 나타나기 시작한 ‘돈맥경화’가 경기를 얼마나 위축시킬지가 관건이다. 기업이 운영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면 투자가 막히고 고용은 축소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정도를 단언할 수 없지만, 경제 타격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이날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2%로 상향 수정하면서도 “신용경색이 경제 하방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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