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ㆍ테슬라ㆍ폭스바겐은 광산 투자 나서
배터리 광물 확보 완성차 업계 과제로 떠올라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확보에 직접 나서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광산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는가 하면 폐배터리 재활용에도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수요 급증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완성차 업체 BMW는 배터리 광물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스 피터 BMW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광산에 투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원자재를 재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BMW가 광물 확보 방안으로 검토 중인 폐배터리는 ‘도시광산’으로 불릴 만큼 핵심 금속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광물 확보 방법으로 주로 택한 광산 투자는 성공 가능성과 조달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럽연합(EU)에서 핵심원자재법(CRMA) 등을 통해 배터리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BMW는 이미 지난해 중국 제련업체인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재활용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BMW는 2025년까지 중국에서 약 78만 톤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활용을 통해 충분한 소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직접 광물 확보에 나선 것은 전기차 생산량 증대에 따라 리튬 등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원자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장기적으로 배터리 내재화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직접 원자재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광산에 투자하며 배터리 광물 확보에 뛰어들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1월 6억5000만 달러(약 8500억 원)를 투자해 캐나다의 리튬 광산업체 리튬아메리카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GM은 리튬아메리카스를 통한 네바다주의 태커패스 광산 개발로 연간 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의 리튬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 역시 리튬 확보를 위해 캐나다 리튬 업체 시그마리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그마리튬은 브라질에서 대규모 리튬 광산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 역시 캐나다의 광산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해 호주 희토류 업체 아라푸라 리소시스와 7년 동안 연간 1500톤의 희토류 산화물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광물 업체 아다로미네랄과 알루미늄(비철금속류) 조달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원자재를 미리 확보해야 나중에 내재화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배터리가 전기차의 공급에 있어서 가장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완성차 업체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