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익 예술감독 "90% 이상 환경위기 주제… 만져보고 체감하도록"

입력 2023-04-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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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서울 종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계획안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 중인 정소익 예술감독(왼쪽)과 경청 중인 김월식, 정재경 작가(오른쪽) (박꽃 기자 pgot@)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벌어지는 7~80개의 전시 회의에 들어가 보니 90% 이상이 환경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더라. 창작자로서 피할 수 없는 핵심적인 주제다.”

5월부터 이탈리아 베니스 현지에서 6개월간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 전시를 총괄하는 정소익 예술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환경 위기’에 특화한 올해 전시 방향을 이같이 소개했다.

올해 한국관 주제는 ‘2086 : 우리는 어떻게?’다. 국제건축전의 공통 주제인 ‘미래의 실험실’에 맞춰 설정했다. 세계 인구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견되는 2086년을 떠올리며 덩달아 극심해질 환경위기 문제 앞에서 인류가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구성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국제건축전에는 통상 30여 개의 국가관이 마련된다. 여기에 추가적인 연계전시까지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경위기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국가의 특성과 참여 작가진의 개성이 드러나는 차별화된 전시로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게 중요하다.

정 예술감독은 “국가관 전시에 사람들이 왜 가야 하나, 전시에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 있어야되는 거 아닌가”라면서 “직접 만지거나 건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고 이것이 몰입형, 참여형 전시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관 내에 게임 세트를 설치해 관람객이 질문에 답하도록 유도하고, 선택에 따라 그 결과가 벽에 실시간으로 투영되도록 하는 식의 작품도 구상 중이다.

▲ '파괴적 창조'의 한 모습 (Texture on Texture)

우리나라의 지역별 상황을 구체적으로 짐작해볼 수 있도록 경기, 인천, 군산 등의 장소를 특정해 구성한 설치작품도 소개한다.

재개발 압력을 받아온 동인천의 배다리 지역을 소재로 한 ‘미래로서의 폐허, 폐허로서의 미래’, 빈집이 늘어나는 군산을 배경으로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동체 모델을 제시하는 ‘파괴적 창조’, 경기도 한 마을을 중심으로 원주민과 이주민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이주하는 미래’, 2086년 미래를 도시를 상상한 비디오 작품 ‘어느 미래’ 등 4개 작품이다.

대부분의 전시품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제작, 설치한다. 규모감 있게 완성될 작품들을 배 등으로 운송하면서 야기되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 예술감독은 “환경위기를 이야기하고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전시에서 모든 재료를 온실가스를 풍기며 옮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현지에서 제작, 설치하는 것도 한국관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관 참여작가는 서예례, 민운기, 강예린, 이치훈, 윤주선, 채아람, 황나현, 데이빋 유진 문, 김월식, 정재경, 양선희, 크리스 로 등 12명이다.

예술감독은 지난해 6월 선임됐다. 도시매개프로젝트 대표인 정소익 도시건축가와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4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참여 작가 출신인 박경 미 샌디에고대학교 교수가 공동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 설립된 1995년 이후 공동 예술감독 체재는 처음이다.

이날 미국 현지에서 화상으로 얼굴을 비춘 박경 교수는 “지금까지 인류가 해온 생산과 소비, 그에 따른 사회정치체계 변화가 성장에 목말라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그게 ‘인류멸종 시나리오’를 불러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이번 작품들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게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깨달음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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