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도 단축근무 하고 싶어요”…황사, 직장인도 무섭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4-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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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뉴시스)
출근하는데 목도 따갑고, 눈도 간지럽더라구요

오늘(12일) 아침 출근길, 뿌연 하늘에 다들 놀라셨죠. 이유가 있었습니다.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부터 전국 17개 시도에서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151㎍/㎥ 이상)’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환경부는 미세먼지(PM10) 시간당 평균 농도가 300㎍/㎥ 이상 2시간 지속됐다며 오전 7시를 기해 전국 황사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기도 했습니다. 전날 오후 5시 관심 단계를 발령한 지 약 14시간 만의 일입니다. 황사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나뉘는데요. 주의 단계는 황사 때문에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고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나타날 때 발령됩니다.

특히 제주에서는 오전 9시 기준 제주시 애월읍 측정소 미세먼지 농도가 828㎍/㎥까지 치솟으면서 미세먼지 수준이 ‘매우 나쁨’의 5배를 훌쩍 넘기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1일 중국 베이징 시내에 황사가 불어닥치자 한 주민이 호흡기를 착용한 채 자전거를 몰고 있다. 전날 밤부터 베이징을 덮친 황사와 모래폭풍으로 강풍 경보와 황사 경보가 동시에 발령됐다. (AP/뉴시스)
봄마다 찾아오는 황사…올해는 더 심각한 이유

이번 황사는 10일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 11일 만주 지역에서 발원했습니다. 이동성 저기압과 고기압 사이를 통해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지속 유입되고 있죠.

통상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 일대는 봄철이면 저기압 영향권에 놓여 대기가 불안정해집니다. 이때 바람이 강하게 불면 황사가 발생합니다. 중국에서 황사는 봄철(3~5월)에 70% 이상 발생하고 특히 4월에 가장 횡행하는데요. 지난 겨울 중국 북부지역에 강수량이 줄어든 가운데 중국 북부와 몽골 사막의 기온이 상승, 내륙이 메마르면서 모래폭풍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까지 더해졌습니다. 중국 생태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중국 북부와 인접한 몽골 사막의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의 결과로 모래폭풍의 수가 1960년대보다 4배나 증가했다”고 설명했죠.

중국을 덮친 이번 황사는 ‘최악의 황사’라고 불립니다. 이날 베이징 시내는 누런 황사로 물들면서 도심 아파트, 고층 빌딩의 윤곽만 겨우 보일 정도였습니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눈을 뜨거나 숨을 쉬기도 힘들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입 안에서 흙 맛이 느껴진다거나, 모래 가루가 씹힌다고 합니다. 거리 차량에는 두꺼운 황사가 내려앉아 행인들이 그 위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고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베이징시 환경보호 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베이징 전역의 공기질지수(AQI)는 최악인 6급 ‘엄중 오염’ 상태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AQI는 우수(0∼50), 양호(51∼100), 약한 오염(101∼150), 중급 오염(151∼200), 심각 오염(201∼300), 엄중 오염(301∼500) 등 6단계로 나뉘는데요. 중국의 AQI는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이 500㎍/㎥입니다. 그런데 베이징 35곳에 설치된 대기오염 관측 지점의 AQI는 이날 모두 500㎍/㎥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황사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중국발 황사는 보통 서풍을 타고 2~3일 후 우리나라에 유입됩니다. 이때 기온, 기압골 등 자연적 요인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지는데요. 지난달 중순 중국에서 또 다른 심각한 황사가 발생했을 때 흙먼지 일부가 한국으로 넘어오긴 했지만, 영향이 크진 않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온이 높았고 고기압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날이 따뜻할수록 공기 상승도 활발해지는데, 계속 기온이 오르고 있어서 황사 입자가 대기 하층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상층에 떠 있던 겁니다. 또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 흐름이 우리나라 바깥에서만 형성되며, 외부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크게 유입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황사는 찬바람에 실려 옵니다. 찬 공기는 대기 하층에 깔리고, 흙먼지가 지표로 내려오면서 우리가 숨 쉬는 공기도 탁해지죠. 여기에 바람 세기까지 강력해 황사의 확산세도 가팔라졌습니다.

▲12일 미세먼지에 가려진 서울 남산타워. (조현호 기자 hyunho@)
황사, 어린이들만의 문제 아니다…야외 노동자 건강도 위협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전국 17개 시도에 황사위기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것과 관련해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대응을 주문하는 긴급 지시를 했습니다.

한 총리는 환경부와 지자체에 “관련 대응 매뉴얼에 따라 국민에게 신속하게 안내해 국민 건강과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전했는데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는 “어린이 건강 보호를 위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의 휴업·단축수업 등 안전대책 시행 안내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체육 경기, 야외 공연 등 행사에 대비해 참가자에게 적절한 사전 안내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죠.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노인이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봄철 황사에 주의해야 합니다. 황사에 포함된 먼지, 오염물질은 눈이나 피부에 닿거나 코나 기관지로 들어가는데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의 경우 입자 크기가 아주 작아 세기관지까지 들어가서 각종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먼지나 오염물질로 기관지 점막이 자극받으면서 기관지가 수축하거나 붓고, 기침과 콧물, 재채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혈관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 발암 위험까지 증가합니다.

황사가 노약자와 호흡기 질환자 등 민감 계층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바깥에서 장시간 일하는 야외 노동자들은 황사와 미세먼지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죠.

고용노동부의 미세먼지 주의보·경보에 따른 야외 노동자 보호조치 가이드라인을 보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될 경우 사업주는 노동자에 대해 미세먼지 농도 정보 제공, 마스크 지급 및 착용, 민감군(폐·심장질환자, 고령자 등)에 대한 중노동 단축 등의 조치를 해야 합니다.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질 땐 적절한 휴식, 일반 노동자의 중노동 일정 조정 또는 단축도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권고 수준일 뿐 의무가 아니다 보니 이를 지키는 사업주가 드물고,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현실인데요. 황사와 미세먼지 문제가 과거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와 관련한 별도의 근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편, 이번 황사는 13일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주겠습니다. 그 사이 야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외출할 경우엔 KF94나 KF80 등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외출했다가 돌아온 후에는 눈과 코를 미지근한 물로 깨끗하게 세척해야 합니다. 또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면 코와 입 등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미세먼지를 거르는 미세 섬모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지는데요. 황사에 묻어 체내에 들어온 중금속의 혈중 농도를 낮추고 소변으로 잘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물을 충분히 마셔야겠습니다.

14일에는 황사를 씻어내리고 건조함을 가시게 할 단비가 내릴 전망입니다. 다만 발원지에서 황사 발생량이나 기압 배치에 따른 이동 속도 등 변수에 따라 중부지방에서는 황사 영향이 조금 더 이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맑은 하늘을 다시 만날 때까지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개인 건강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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