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최초 여성 수장, 겹악재에 리더십 빛났다

입력 2023-04-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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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륙, 팬데믹·우크라 전쟁에 격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의사·국방장관 출신으로 위기 대응
차기 나토 사무총장 후보 거론되기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6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최초의 여성 수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역대급 겹악재 속에서 단호하고도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여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 중국 방문에서 돌아오자마자, 무역 거래를 추진하기 위해 남미로 향해야 한다. 다음 달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지난 4개월 동안만 하더라도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워싱턴 회동, 캐나다 의회 연설, 찰스 3세 영국 국왕과의 런던 회동, 독일 각료 회의 참석, EU 27개국 정상회의 참석, 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에스토니아·영국·노르웨이·우크라이나 정상을 만나기 위한 순방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격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유럽 대륙의 운명이 그의 어깨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폰데어라이엔은 취임 직후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전염병 위기에 직면했다. 임기 3년 차에 접어들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휘말렸다. 뜻밖의 ‘전시 지도자’가 된 그는 대(對)러시아 제재를 주도해야 하고, 코로나19를 이제 막 벗어난 경제도 살려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대응, 유럽의 대중국 의존도 감소, 기후변화 대응 등 처리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유럽에 닥친 겹악재는 아이러니하게도 폰데어라이엔의 독특한 이력과 꽤 잘 맞아떨어졌다. 7남매의 엄마인 폰데어라이엔은 하노버 의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산부인과 의사 및 의대 교수로 일하다가 비교적 늦은 나이인 42세에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집권 3기 내각에서 여성 최초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다.

가장 부유하고 평화롭다는 평가를 받던 EU의 겹악재 속에서 폰데어라이엔은 ‘난세의 영웅’으로 떠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집행위원장 선출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최초의 여성 수장’이라는 것 이외에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올랐다.

그가 첫 번째 위기인 코로나19 사태를 잘 극복한 사례 중 하나는 ‘백신 확보’다. 무려 4억4700만 명의 유럽인들에게 백신을 조달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초기에는 미국과 영국에 접종률이 뒤처지면서 리더십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끈기로 화이자 백신 18억 회분을 싹쓸이하는 데 성공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한 달 넘게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은 덕에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층 강력해진 리더십을 뽐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에 대한 10차례 제재를 단행하는 한편, EU 내부적으로는 연대와 단결을 꾀했다. 그는 직설적이고도 확신에 찬 화법을 통해 러시아에 ‘타협은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도 최근 다소 완화했다.

이에 따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존재감은 국제무대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최근 유력한 차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이달 초 다수의 나토 회원국이 그에게 나토 사무총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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