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누더기 된 후 회생 신청하면 재기 불가능
적절한 회생신청 타이밍은 ‘운전자본의 고갈이 예상되는 시점’
이정엽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는 11일 이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법인 회생은 적절한 시점에 신청해야 기업 위기 대응에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1기)를 지낸 이 변호사는 기업회생 전문가로 손꼽힌다. 2월에는 법관 생활을 마치고 LKB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기업 회생과 가상자산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이날 이 변호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어 기업회생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8월에는 브릿지론 만기가 도래하는 데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됐던 9월이 다시 도래하면 자산평가도 다시 시작된다”며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산 재평가 후 상황이 좋지 않으니 대출 일부를 회수하려는 콜이 들어올 텐데, 기업이 영업 부진 등으로 이를 감당할 상황이 안 된다”며 “그럼 9월부터 약 6개월간 경제 상황은 더 안 좋아지고, 위기 대응이 스스로는 불가능한 기업들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대부분 기업이 회생 신청을 하면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며 “지금까지는 회사가 누더기가 될 때까지 기업 스스로 자금 조달을 하다가 망하기 직전 최후의 선택으로 회생을 신청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진이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 전문가의 자문 없이 계열사 사이에서 자금을 이동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버티다 최후로 회생 신청을 하면 배임‧횡령으로 귀결돼 회생에서 배제된다”며 “살리려고 한 행동이지만, 결국은 경영권도 다 뺏기고 형사적으로 처벌까지 받게 돼서 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전자본이 일정 이상 떨어지면 기업 혼자 분투 하지 말고 회생 전문가와 함께 컨티전시 플랜을 짜야 위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회생 타이밍은 ‘운전자본의 고갈이 예상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서동기 세연회계법인 회계사도 “회생 신청하면 경영주는 경영권 박탈을 우려하는데, 오히려 회생법원은 기존 경영자가 다시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는 여러 길을 열어줄 수 있다”며 “폐쇄적인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일찍 대응하면 회생을 통해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회생 절차에 들어서면 일단 기존 금융권에서는 대출이 안 되는데, 이때 일부 해외에서는 금융 펀드가 잘 돼 있어 도움이 된다”며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해외 연수와 연구 등을 통해 이런 제도는 도입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서 회계사도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회생 절차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된다”며 “이런 부분을 참고해 회생 제도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