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수도권 30석 차지한다면 한국정치 바꿀 수 있어”
대선주자급 인사 부재·지역 거대 양당 건재 등 우려 시각도
김종인, 본지에 “제3지대 잘 될 수 있어...시대가 바뀌었다”
양당제를 타파할 ‘제3세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손을 잡고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비판하고 나섰다. 금 전 의원은 “새로운 세력이 출현하지 않으면 이 교착을 깰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은 적지 않다. 기존에 뿌리내리고 있던 거대 양당을 대체하기에는 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금 전 의원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성찰과 모색) 준비모임은 18일 국회에서 ‘한국 정치, 문제와 제언’을 주제로 첫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최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부터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지웅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 등이 참여했다. 이외에 김미애·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손수조 전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캠프 대변인 등도 자리했다.
좌장을 맡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보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초입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적 지표는 좋아졌지만, 출산율·노인빈곤율 등 사회적 지표를 두고선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정당의 문제는 집권당이 되면 대통령 얼굴만 보고 사는 정당이 돼 버린다”며 “누구도 용기 있게 ‘이러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현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요즘 보면 이런 정당에서 무슨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방안이 나올 수 있겠나 한다. 현재 상태로 봐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누구도 대한민국의 이러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의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이를 해결할 방도를 찾느냐, 국민이 어떠한 취지를 갖는 정치세력을 선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새롭게 출현할 세력은 기존 한국 정치의 문제들을 일소하는 합리성과 객관성을 갖추어야 하고 자기 편에 유리한 의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 진짜 중요한 문제를 찾아서 제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스스로 자기 비전을 제시하는 ‘발광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 전 의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30석 정도를 차지할 수 있는 정당이 나타난다면 한국 정치를 밑바닥부터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은 그런 변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그 방법이 우리 정치를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좋지 않다. ‘제3지대’를 구축하기에는 대선주자급 인물이 없을뿐더러 영호남 지역 기반을 잡고 있는 거대 정당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금 제3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상징적으로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숫자로 밀어붙이지 않는 이상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한 국민의당에는 2012년 대선에 출마했던 ‘안철수’라는 대선주자가 있었다. 하지만 금 전 의원이 이끄는 제3지대에는 정당을 이끌어갈 거물급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제3 세력화가 총선 전 정치권에서 있었던 ‘관례’라는 평가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교수는 “양당에 대한 실망이나 비호감도가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제3지대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며 “오히려 과거 20% 지지를 받았던 국민의당이 조직력이 있었지, 지금은 그만큼의 지분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국민의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양당에서 분당해 형성된 제3지대 정당들은 2020년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결국 사라졌다.
이들이 창당하더라도 결국 국민의힘과 힘을 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금태섭 전 의원이 민주당을 나온 이상 선거 막바지 국민의힘에 손을 벌리지 않겠나”라면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외연확장을 하는 개념이니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20대 국회에서 서울 강서구 지역구 의원이었던 금 전 의원이 수도권 외연확장에 일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과거와 지금 시대적 과제가 달라졌다는 시각은 존재한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토론회 시작 전 본지와 만나 “제3지대가 잘 될 수도 있다”라며 “지금은 시대가 과거와 다르게 바뀌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