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활용방안 어디까지
변호사ㆍ화가ㆍ교수 업종 불문 타격…산업계 '효율화 방점' 활용 속도
기술에 따른 변화 피할 수 없다면…인재양성ㆍ인프라 선점 노력해야
2016년 한국 바둑의 자존심 이세돌 전 프로기사를 꺾은 알파고의 등장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바둑이 더는 인간만의 향유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최근 세계를 휩쓴 ‘챗GPT’ 열풍은 바둑뿐 아니라 많은 직업이 이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지난겨울 출시된 오픈AI의 ‘챗GPT’는 이례적인 주목을 받으며 전 분야의 AI 중심 대격변을 예고했다. 물밑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던 빅테크들 화제성에 힘입어 숨겨왔던 카드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빙’, 구글은 ‘바드’로 시장 선점에 나섰고,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투자가 몰리고 관심이 폭증하면서 학습과 교정 등을 바탕으로 한 AI 성능은 획기적인 개선으로 빠르게 향상됐다. 이와 함께 고소득 전문직의 작업을 생성형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기업이 출시한 초거대AI 응용서비스 분야는 △작문보조(뤼튼 트레이닝·모카) △이미지생성(틸다) △돌봄서비스(클로바 케어콜) △업무지원(킵그로우) △문서요약(아숙업) △세무보조(연말정산 알리GPT) △여행서비스(AI여행플래너) 등이다. 해외로 확대하면 언어 번역과 코드 생성, 문서 질의, 비디오생성까지 가능하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3억 개의 정규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AI 영향을 받는 직업 600개 중 25% 가까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직업 자체를 완전히 사라지게 하진 못하더라도 해당 직업의 일부는 상당수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변호사 등이 변화를 맞이하게 될 대표적 직업으로 꼽힌다. 업계는 초거대 AI에 전문지식 데이터를 파인튜닝해 법률 지식, 의료 지식을 갖춘 다양한 전문 AI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성형 AI가 그림, 음악, 글쓰기 등 창작분야에서도 상당한 퀄리티의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이와 관련된 직업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개발자, 엔지니어 등의 업무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AI휴먼의 발전과 함께 한 기업이 구현한 ‘AI교수’는 대학 수업도 AI로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산업계는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AI를 접목한 서비스를 줄지어 선보이고 있다. 로봇과 DB관리,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전 산업계에 걸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상담업무에 AI를 접목한 서비스는 이미 일상적이다. CCTV 관제 화면 영상에 인공지능 마스킹 기술을 적용, 영상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례도 있다.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인재양성 등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기업들은 발 빠르게 AI 시대에 대비한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AI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기술 영역을 선택해 연구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등을 가동 중이다.
정부는 산·학 협력 프로젝트, 해외 공동연구 등을 통해 초거대AI 연구개발·활용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올해 10만 명에 대해 시범교육 이후 2024년부터 2027년까지 90만 명을 교육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 법률, 에너지, 보안 등 인권침해와 연결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AI 관리방안 등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공지능책임법안’을 비롯해 8개 법안이 소관위원회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