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인류 문명 ‘마스터키’ 쥔 AI”…급변하는 환경에 대응 방법은

입력 2023-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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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언어 능력 갖춰…AI 발전 새 국면
코넬대 실험 “민주주의 전제 무너질 수도”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 위협…75% 대체
“그럴듯한 AI 대답 의심하는 태도 중요”

▲챗GPT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역사학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AI)이 언어를 습득했다는 것은 인류 문명의 ‘마스터키’를 쥐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하라리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상의 정복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정교한 언어능력을 꼽았다. 하지만 이제 그 특권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지난 10년간 급속도로 발달한 AI는 약 40억 년에 이르는 생물 진화의 끝에 인류가 쌓은 성벽에 발을 디뎠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닛케이는 최근 “AI가 인간을 능가할 정도로 고도의 언어 능력을 갖추게 돼 기술 발전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며 “그럴듯해 보이는 AI의 대답을 의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도로 발달한 AI의 언어능력은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한 전반적인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코넬대학교는 지난달 7000명이 넘는 주 의회 의원들에게 AI와 인간이 쓴 메일을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구분할 수 없었다. 지지자들의 메일은 정치인이 민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정보 중 하나다. AI가 유권자처럼 의견을 말하게 되면 민주주의의 전제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AI가 18세기 산업혁명의 기계 발달과 비슷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많은 수공업자가 일자리를 잃은 것처럼 많은 직업이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고소득 전문직이 그 대상이 됐다. 미국 인디애나대 추산에 따르면 챗GPT는 126개 전문직 중에서 개업의, 마케팅 전문가, 번역가 등 95개 직종의 많은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 AI의 발달은 이들의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AI 기술 발전이 가져올 긍정적인 측면도 크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이 생산성을 높여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7%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챗GPT는 자료와 보고서 작성과 같은 업무 효율성을 높여준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는 올해 초 4500명의 학생 중에서 17%가 과제나 시험에 챗GPT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챗GPT는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 성적을 받을 정도다.

인류는 무작정 AI의 발전을 거부할 수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각국에서는 챗GPT가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며, 그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가짜 정보 생성과 사이버 범죄 악용이 우려되면서 규제론도 힘을 받고 있다.

닛케이는 “AI의 발전은 인류의 진가를 실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호학자 이시다 히데요시는 “그럴듯해 보이는 AI의 답을 의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AI의 등장에 따라 변화에 대응하는 사고력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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