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최고 경영자의 사생활을 둘러싼 가짜뉴스는 호사가들의 단골 관심사다. 누구는 몇 살짜리 혼외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심지어 백일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협박받기도 했다. 사진을 회수하러 긴급 출동한 적이 있었다. 아니라는 확신은 가지고 갔지만 그래도 미심쩍었다. 결과는 술접대로 끝. 원래 없던 것이었으니 얼굴 트고 형 동생 하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가짜뉴스의 작성자는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진실을 완벽히 지키는 것은 이렇듯 어려운 일이다.
백지수표가 돌아다닌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것도 흔한 가짜뉴스였다. 수표를 발행하면, 그 자체로 시쳇말로 관등성명이 다 까지는데 그런 일이 벌어질 리는 없었다. 그래도 없다고 공시할 수는 없었다. 사그라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만 얼마 동안 시달림은 받아야 한다.
측근이라는 자들의 배신도 가짜뉴스의 진원지다. 전해 들은 것을 적당히 가공해 황색 미디어에 흘린다, 회사로 흘러 들어가기를 기대하면서. 취재가 들어오면 무시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만나보아야 했다. 얘기라도 들어야 대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약간의 거래로 끝. 원래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 알아주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
권력과의 거래는 정치자금을 둘러싼 의혹이 대부분이다. 어느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실세라는 사람의 전화가 왔다. 한류진흥단지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많은 돈을 요구했다. 이게 당선인의 뜻인가 해서 다른 채널로 알아봤더니 아니었다. 강경하게 나가니 물러서기는 했으나 두고 보자고 했다. 권력이 바뀌면 부역 기업 운운하면서 지라시에는 살생부가 뜬다. 총수가 감옥을 가고 회사는 부도가 난 국제그룹이 좋은 예로 꼭 언급된다. 무마하느라 접대비를 많이 썼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예외 없이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부자간, 형제간, 남매간, 심지어 숙질 간에도 싸움을 했다.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현장이다. 경영권 분쟁은 미리 냄새가 난다. 홍보실의 촉에 대부분 미리 걸린다. 횡령, 배임 혐의가 기사화되고 얼마 있지 않아 당사자의 인터뷰가 나온다. 자신들의 폭로가 진짜라고 우긴다. 그러면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 같은 사직당국의 개입이 이어진다. 앞에서 언급된 염문이나 유착이 전부 아니면 전무 식으로 일찍 결판이 나는데 경영권 분쟁은 2~3년은 끈다. 그래도 원래의 대주주는 고초를 겪긴 해도 대부분 그 자리로 복귀한다. 그들의 폭로라는 것이 일부 사실이 있기는 해도 대부분 부풀리거나 왜곡된 가짜뉴스였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숙주였던 시절, 가짜뉴스 대응책은 미디어에 기사화되는 것을 차단하는 기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중과 상대해야 한다.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망상, 단 1원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집착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을 파고든다.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이 이를 부추긴다. 단 하루 만에 50조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 문을 닫아버린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가짜뉴스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대응책을 가르쳐준다.
과거에는 권력과 오너가 무서웠지만 지금은 시장과 대중이 무서운 시대가 됐다. 그래도 진실은 지키고 거짓은 버려야 한다. 이것이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을 가짜뉴스에의 근본적 대응책이다.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에 솔깃하는 그 순간을 가짜뉴스는 지금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