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리스크에도 부동산 펀드 자금 유입 두드러져
부동산 리스크 의견은 엇갈려…안정 vs 위기
최근 한 달 사이 대체투자 펀드가 2조 원이 넘는 뭉칫돈을 빨아들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불안한 상승세를 잇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 동결로 은행 예·적금 금리마저 다시 낮아지자 투자자들이 대체투자펀드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모습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은 직전 거래일(21일) 기준 26조9161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사이 2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이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국내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은 감소세였다. 25조~26조 원대를 유지하던 설정액은 지난달 17일 하루에만 1조 원 넘게 급감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줄어들어 지난달 말에는 23조 원대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대체펀드란 전통자산(주식·채권 등) 이외의 자산군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부동산과 특별자산(수익권·출자지분·조합지분·원자재 등), 주가연계펀드(ELF)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대체투자 펀드 중 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양상이 두드러진다.
6개월간 1700억 원가량 자금이 빠져나가던 부동산 펀드는 한 달 사이 99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미분양 주택과 브릿지론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불안 요소가 여전한 데도 자금이 쏠린 셈이다.
예컨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6개 증권사의 올해 만기도래하는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약 14조 원에 달한다. 이 중 브릿지론이 58.4%의 비중을 차지해 연쇄 부실 우려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시장은 PF 리스크에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안도감이 형성돼 대체투자 펀드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저축은행에만 진행하던 의무검사를 자산규모와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도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부동산 PF 사태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유동성 지원에 힘입어 점차 대응 가능한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상반기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 정점을 확인해 시장에서 금리가 불확실한 변수가 아닌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던 건설산업에 대해서도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대체투자 펀드의 수익 성적은 자금이 몰리는 양상과 달리 부진한 상황이다. 최근 한 달간 국내 대체투자 펀드의 수익률은 -2.54%다. 설정액이 20조 원대였던 올해 초(1.76%)보다도 낮은 수익률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았는데도 금리 인상 종결론이 나온다는 건 최소 6개월간은 리스크가 지속할 것이란 시그널”이라면서 “지금 시점에서 부동산 등 대체투자 쪽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