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에서 또 횡령 사건이 터졌다. 수자원공사는 2021년 '재무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횡령 재발 방지책을 시행했지만 또 다시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내부 통제 부실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공사와 조지아 정부가 합작해 현지에 설립한 법인 'JSC넨스크라하이드로'에 파견된 30대 직원 A씨가 8억5000만 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했다.
수자원공사는 2015년 조지아 북서부 산악지대 스와네티의 넨스크라강에 시설용량 280MW(메가와트) 규모 대형 발전용 댐을 건설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수자원공사는 36년간 댐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게 된다.
JSC넨스크라하이드로는 댐 건설 관련 행정절차와 보상을 처리하고자 설립됐다.
A씨가 회사 계좌에서 돈을 빼돌린 시점은 올해 1월 9~16일로 일주일간 매우 소액을 반복해서 이체해 은행에서 회사로 알림이 가는 것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초 JSC넨스크라하이드로에 파견된 A씨는 기존 회계직원이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그만두면서 임시로 회계업무를 맡게 됐다.
문제는 A씨가 혼자 자금 관련 업무를 도맡은 점이다.
A씨는 회사 계좌에서 돈을 찾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이를 승인하는 역할뿐 아니라 경영진에 매일 자금 현황을 보고하는 업무도 맡았다고 한다. 경영진은 A씨 보고서만 보고 계좌를 들여다보지는 않아 횡령을 파악하지 못했다.
횡령이 적발된 건 A씨가 무단결근하면서다.
JSC넨스크라하이드로 측은 지난 1월 17일 A씨가 별다른 말 없이 출근하지 않아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그가 횡령을 저지른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의 트빌리시국제공항에서 출국 직전 회사의 신고로 출동한 현지 수사당국에 체포됐다. 수사는 진행 중으로 아직 기소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횡령액을 변제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JSC넨스크라하이드로는 그의 한국 내 자산을 가압류하는 등의 조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JSC넨스크라하이드로는 이번 사건 직후 자체 전자결제시스템과 법인자금이 맡겨진 은행 시스템을 연계하고 자금수지 보고 시 경영진이 계좌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횡령 예방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에서 횡령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부산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과 관련해 해당 사업단 회계·세무·금전 출납 담당자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토지 소유권 이전등기를 위한 취득세를 회사에 중복해서 청구하는 방식으로 85억 원을 횡령했다가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직원은 추후 직원 합숙소 보증금 2억 원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 사업단에서는 직원이 법원 화해결정문까지 위조해 가면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 7억2000여만 원을 횡령해 적발된 일도 발생했다.
수자원공사는 85억 원 횡령 사건 이후 '재무혁신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횡령 재발 방지책을 시행했지만 이번에 외국 정부와 함께 진행하는 사업에서까지 횡령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JSC넨스크라하이드로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의 경우 자금을 출납하는 사람, 출납을 승인하는 사람, 이를 기록하는 사람을 분리해야 한다는 내부통제 기본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거액이 들어가는 사업이 많은 수자원공사에서 내부통제 기본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