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명 메디컬에이아이 대표 “AI 심전도 분석, 국민 건강 기여”[메디컬 줌인]

입력 2023-04-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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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명 메디컬에이아이 대표가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시스템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의료기관에서 범용적으로 쓰이는 심전도 검사를 활용해 질환을 조기 진단하면 골든타임을 지키고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본지와 만난 권준명 메디컬에이아이 대표는 올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AiTiaLVSD’(좌심실수축기능부전을 선별하는 심전도 분석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임상현장에서 환자 진료를 해왔던 권 대표는 공학도로서의 꿈을 갖고 전공의 시절부터 코딩을 공부하는 등 개발자로서의 또 다른 삶도 준비해왔다.

세종병원 재직 당시 뷰노의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공동개발에 참여했던 권 대표는 의료인이 직접 개발에 함께해야 사용 목적을 제대로 설정하고 제품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밤에는 응급실에서 진료하고, 낮에는 방송통신대학교대학원 바이오정보통계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며 말 그대로 주경야독 생활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AI 개발 및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2019년 메디컬에아이이를 설립하며 본격 사업에 나섰다.

메디컬에이아이는 AiTiaLVSD를 통해 심부전을 간편하고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도록 개발된 의료 소프트웨어다. 기존 심전도 신호를 클라우드 기반 AI에 적용해 분석하면 3~5초 내에 심부전을 선별할 수 있다.

심부전은 여러 원인에 의해 심장이 신체 조직이나 기관에서 필요한 혈액을 공급할 수 없는 상태다. 대한심부전학회가 공개한 ‘심부전 팩트 시트 2020’에 따르면 유병률은 2002년 0.77%에서 2018년 2.24%로 3배 증가했고, 2018년 기준 국내 심부전 환자는 116만 명에 달한다. 반면 심부전은 증상이 모호하고 서서히 악화되는 특징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다. 실제 심부전 진단 후 5년 내 사망률은 대다수 암보다 높은 60% 정도다.

권 대표는 “유방암 선별을 위한 유방촬영술은 67~84%, 자궁암을 선별하는 자궁경부생검 검사는 70%, 대장암 선별에 활용되는 대변잠혈검사는 70~80%의 정확도를 보인다”며 “AiTiALVSD는 현재 건강검진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검사들보다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검진보다 높은 91.9%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간단한 검사만으로 조기에 심부전을 발견한다면 국가 의료비도 많이 줄이고, 환자들의 생존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준명 대표는 회사를 이끄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열정 때문에 메디칼에이아이의 미래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현재 의료인이 진행하는 심전도 판독 오류율은 31%에 달한다. 오판독 시에 법적인 책임도 의료인이 져야 하는데 비용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심전도 비용은 7000원대인데 반해, 미국은 약 30만 원, 영국은 약 15만 원대다.

이러한 이유로 AiTiALVSD에 대한 의료진의 기대가 크다는 것이 권 대표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메디컬에이아이가 지난해 10월 의사 3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9.5%가 AiTiALVSD를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비용으로 응답자의 90%가 2만5000원 이상이 적절하다고 했다.

실제 임상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됐다. 인천시 의료취약 지역인 덕적도 보건지소에서 측정한 심전도를 전송받아 실시간으로 판독해 회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권 대표는 “저녁 8시경 갑자기 발생한 편마비 등의 증상으로 보건지소에 온 환자의 심전도를 보고 환자가 모르고 있던 심방세동을 판독해 알려준 뒤, 빠른 판단으로 환자의 건강을 돌본 적도 있다”며 “의료진 부재로 판독에 어려움을 겪는 보건지소에 양질의 판독을 제공해 의료취약 지역 주민 건강에 도움이 된 사례”라고 소개했다.

심부전 조기 진단을 위해선 심전도검사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권 대표는 “최근 미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은 반드시 심전도를 찍어야 한다. 대한부정맥학회도 심전도검사가 국가검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뇌졸중,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는 부정맥을 확인할 수 있는 심전도 검사가 국가건강검진에 빠져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향후 활용 가능성도 크다. 권 대표는 “AI 활용 심전도 분석에 대한 가능성은 높다. ‘미국 1위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메이요클리닉도 도전하고 있다. 메이요클리닉은 2021년 아누마나(anumana)를 설립하고 2년 만에 10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하며 빠른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 도전하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회사의 미래가 긍정적이라고 자신했다. 회사를 이끄는 전문가들의 열정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병원 교수직을 버리고 회사에 풀타임으로 합류한 대학교 동기들이 있다. 최정상급 심전도 AI 연구개발자, 슈퍼컴퓨터 운영 연구개발자, 인허가 전문가 등 41명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마음 한뜻으로 청춘을 투자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투자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메디컬에이아이는 조만간 시리즈 A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전 직원이 모두 시리즈 A에 투자한다고 했다. 기업의 가능성에 대해 모든 직원이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5월 말에 시리즈를 마감할 예정이고, 투자자 유치도 완료했다. 올 연말에 시리즈 B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질환 분야도 확대한다. 메디컬에이아이는 향후 6~8개월 단위로 심근경색, 콩팥질환, 갑상성항진증, 폐고혈압 등 다양한 질환들도 심전도 AI분석을 통해 조기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를 발표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5년 안에 당연하게 써야 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현재 건강보험 체계에 편입되는 단계로, 내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이어 하반기엔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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