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가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정부의 관심과 빠른 판단을 당부했다.
로앤컴퍼니는 법률서비스 플랫폼인 ‘로톡’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김본환 대표와 정 부대표 등 4명의 창업자가 모여 세운 기업이다. 법률에 혁신기술을 더한 리걸테크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고,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정재성 부대표는 “창업 당시 볍률서비스의 구조적인 문제를 많이 고민했다. 현재 법조시장에 대한 불신이 큰데, 이는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선진화를 통해 법리서비스의 진입장벽을 낮춰 대중화 하고, 변호사와 이용자 모두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로톡 서비스에 10년 가까이 소송과 압박을 가하면서 로톡 변호사 가입자 수는 4000명에서 2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헌법재판소가 로톡에 대한 변협의 광고 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했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지난 2월 변협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로톡은 변협 이슈에 수년간 대응하느라 경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직원 절반을 줄였고, 확장 이전했던 사무실도 정리에 들어갔다. 로톡은 전원 재택근무에 들어갈 방침이다.
현재 로톡은 법무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변협의 징계를 받은 9명의 로톡 가입 변호사들이 법무부에 낸 이의신청 결과가 오는 6월 나올 전망이다. 법무부가 로톡 변호사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변협의 징계에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법무부의 판단이 로톡 미래의 분수령인 셈이다.
정 부대표는 로톡이 창업 10년이 지나고도 아직 광고 플랫폼에 멈춰 있는 답답한 현실을 호소했다. 국내 리걸테크가 고소ㆍ고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은 업체 수가 7000여 곳이 넘을 정도로 매섭게 성장해서다. 전세계 리걸테크 투자규모는 총 113억 달러(약 15조 원)다. 그 중 최근 2년간 이뤄진 투자만 48억 달러에 달한다. 리걸테크 분야에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기업은 7개사, 예비유니콘은 27개로 확대됐다. 국내 리걸테크 시장에선 로앤컴퍼니가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된 것이 유일하다.
정 부대표는 “미국변호사협회(ABA)는 매년 리걸테크 쇼를 한다. 올해 결선에 오른 업체 중 절반이 AI(인공지능)기반 리걸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였다. 미국은 전향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한국은 법률서비스 시장 규모가 7조~10조 원인 반면 미국은 작년 기준 412조 원에 달한다. 미국에만 2000여 개의 리걸테크 기업이 몰려있다”고 전했다.
이어 “리걸테크 산업이 활성화돼야 공급자(변호사)들의 단위 시간당 생산성 및 효율성이 높아지고, 동시에 시장이 커지면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이용자들이 많아지는 대중화가 가능해 진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대중화를 위한 선진화 작업의 첫 걸음부터 막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플랫폼 서비스 가입을 금지한 규정으로 변호사를 징계한 국내 상황에 대해 해외 법조계에선 ‘황당하다’고 반응한다”며 “우리는 법적으로 모든 게 합법으로 나왔다. 정부가 명확한 결정을 빠르게 내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쉽다. 하루하루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자금지원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막혀 있는 것을 뚫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닌다. 정부와 유관기관의 역할”이라며 “법을 바꿔달라는 것이 아니다. 안되는 것을 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되는 것을 안되게 하는 행위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이 것조차 오랜시간을 끌고 결론이 더딘 것에 대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 부대표는 또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창업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다. 위대한 도전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제를 정의해 해결하고, 그 솔루션이 담긴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힘들다. 우리가 그런 과정을 걷는 후배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창업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규제와 법 등에 막혀) 안되는 것도 미래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창업가들이 좌절하지 않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