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 대표 임기 첫날부터 민생 대책을 강조했다. 민생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민생 119’부터 ‘천 원의 밥상’까지 민생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김기현표’ 민생 대책에는 명과 암이 뚜렷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8일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에서 운영하는 ‘천 원의 아침밥’ 현장을 찾았다. 학생들과 식사를 하던 김 대표는 “품질도 높게 해서 점심, 저녁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MZ세대 끌어안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천 원의 아침밥’ 사업 지원 범위를 늘리고, 당과 대학교 총학생회가 소통해 정책 입안에 참여하는 공식 채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의 ‘천 원의 아침밥’ 현장 방문 이후 정부는 지난달 29일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천 원의 아침밥 사업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올해 지원 규모를 150만 명분으로 늘리고, 이를 위해 예산을 8억 1000만 원을 증액하기로 했다. 전국 각지의 대학들도 지원금을 분담하겠다고 나서면서 정부는 4월 6일~14일 대학들을 상대로 사업 신규 참여, 지원자 수 확대 신청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7일 전남대 광주캠퍼스를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의견을 청취했다.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부터 지원했던 사업”이라고 밝히면서 해당 정책의 원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대표 민생 정책에 ‘명(明)’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 임기 첫날 현충탑 방명록에 ‘오직 민생’을 적었던 것과 달리 민생 대책은 더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 3일 출범한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 ‘민생 119’는 이날 1차 전체회의를 가졌다. 조수진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격주 회의를 원칙적으로 하되 매월 한 차례 라이브현장 출동을 실시해서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당 정책 개발 추진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면서 “첫 라이브 현장 출동은 5월 가정의 달 특성을 살려서 의미를 살릴 수 있는 현장을 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다. ‘민생 119’ 온라인 신문고도 개설해 민생 현안을 신청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생 119’는 출범 후 2주 동안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서 논란에 섰다. 출범식 당시 제시한 ‘가뭄 지역에 물 보내기 운동’의 경우, 다른 민생 법안과 함께 시행시기를 조율 중이다.
조 위원장이 양곡관리법 대책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춤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조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전세사기 대책, 소액 생계비 대출 한도 상향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논란으로 민생 대책을 내놓는데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민당정 협의회도 ‘결론없는 당정’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김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간호법·의료법 △전기·가스요금 △양곡관리법 △전세사기 등 다양한 주제로 회의를 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기·가스요금 관련 민당정의 경우,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20일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경제산업계나 요구하는 에너지산업계나 같이 했다”면서도 인상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 측은 “결과를 내는 당정이 아니라 의견을 취합하는 당정”이라며 “당이 모든 정책을 가지고 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향후 더 많은 특위 활동을 구상하고 있고, 김기현표 민생 대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