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진 은행위기에 대한 우려 커져
주가 20% 넘게 폭락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직후 발표한 실적에서 1분기 말 총예금이 1045억 달러(약 139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41% 가까이 감소한 규모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370억 달러)를 밑도는 것이다.
이 은행의 위기를 막겠다며 JP모건체이스를 포함한 미국 대형은행들이 예금을 예치한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빠져나간 예금은 1000억 달러를 넘는다. 지난달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줄도산 이후 퍼스트리퍼블릭은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을 겪었는데,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해 미국 대형은행 11곳이 지난달 16일 이 은행에 300억 달러를 예치금으로 지원했다.
분기 실적 역시 부진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1분기 순이익은 2억6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3% 감소한 12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나마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2달러로 시장 전망치(85센트)를 웃돌았다.
닐 홀랜드 퍼스트리퍼블릭 최고경영자(CEO)는 “대차대조표를 재구성하고 비용과 단기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직원 수를 20~25% 줄이고, 임원 급여를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부유 고객층에게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제공하고, 이들의 예금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타격을 받게 됐다. 금리가 오르자 부유 고객층들이 예금을 고수익 보장 상품으로 옮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대형은행의 실적 발표로 은행 위기 불안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상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의 실적은 더욱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자칫 대형은행으로 예금이 더 이동한다면 중소은행의 ‘뱅크런’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일 US 뱅코프, 자이언스뱅코프, 뱅크오브하와이 등 11개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 조정했다.
시장의 우려는 커지는 분위기다. 실적 발표 후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0% 폭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