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북핵 위협에 한일 안보협력 안되면 국민 피해"
1998년 김대중 연설 인용하며 "같은 맥락" 주장하기도
논란 진화 와중 與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데 오역"
인터뷰 당사자, 원문 공개하며 "번역 오류 아니다" 반박
논란 증폭 조짐에 대통령실 "與 이야기 해명 필요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관련 인터뷰 발언 논란이 지속되자 용산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서 ‘주어 생략’ 비호 논리를 편 데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국빈방문 중인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의 안보협력이 긴요한 상황에서 무릎을 팍 꿇지 않으면 두 나라의 관계 개선이 절대 안 된다, 아무것도 안 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씀”이라며 “북한 핵이 고도화되고 핵 투발 수단인 미사일 시험을 연일 해나가는 마당에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안보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익과 국민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일본이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거나 (협력 등) 무엇을 하는 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전쟁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 (한일관계는) 결단이 필요한 문제였고, 나는 설득에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일제시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대법원 판결을 지난달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국내 재단이 대위변제토록 하는 해법에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한 답변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유럽에서도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지체하지 않고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는 부분을 참고해 달라”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있었던 1998년에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짚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앞서 대통령실이 인터뷰 공개 직후 거론한 바 있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설명자료를 통해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일본 의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힌 것과 윤 대통령의 발언이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WP 기사에 담기지 않은 윤 대통령의 발언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신에 비춰봤을 때 한일관계 개선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는 과거사 문제든 현안 문제든 소통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WP는 기사에서 논란의 발언을 인용한 뒤 윤 대통령이 안보상 한일 협력은 미루기에는 급박하기에 일부 비판들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발언 취지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다며 논란을 진화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의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언의 주어가 일본이라는 주장을 펴 논란을 키웠다. WP가 오역을 했다는 것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 바로 직전 문단에서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든 현안이든 소통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까지 강조했다”며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역을 가지고 실제 발언은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당사자인 미셸 예희 리 WP기자는 트위터에 “번역 오류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오디오를 다시 확인해봤다. 정확히 말한 글자 그대로다”라며 한글 녹취록 캡처본을 첨부해 올렸다. 미셸 기자가 올린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의 비호 논리가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상황을 인식해서인지 관련 언급을 피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한 질문에 “여당 의원이 한 이야기는 보지 못해서 해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