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00년 전쟁 예고...“국내 인재 연구비ㆍ해외 인재 신속 영주권 줘야”

입력 2023-04-26 16:24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국내 인재 유출 방지·해외 인재 유치 전략 필요
‘신속 영주권 제도’ 등 인재 유치 방안 제시
美 반도체지원법 독소조항 타개책 논의도

▲출처 = 양향자 의원실

“반도체 전쟁은 경우에 따라서는 100년 전쟁으로 갈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인재가 필요합니다. 확보된 인력만큼 매출액도 비례합니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의원(무소속)이 26일 주최한 국내 반도체 산업 위기 대응 토론회에서는 “인력 수급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반도체 한파’에 접어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미중 패권경쟁에 치여 침체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인재 유출 방지 전략과 해외 인재 유치 전략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 거점 국립대학 중심 반도체 인력양성 △해외 고급 인력에 한해 신속 영주권 제도 마련 △연구비 및 창업 비용 지원 확대 등이 언급됐다.

◇한국 반도체산업 인력수급 전망 ‘암울’

▲출처 = 양향자 의원실

양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美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민간·정부·학계) 공동 대응 토론회’ 토론회를 열고 인력 유치 및 미국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 조항 영향 등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대출, 안철수, 송석준, 윤영찬, 이인선, 양금희, 조명희, 김홍걸 의원을 비롯해 정부 기관·학계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덕균 전기·정보공학부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8월에 발효된 칩스액트(CHIPS Act)를 들며 “(이 법안은) 미국 내 반도체 산업에 기여하는 활동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연구개발(R&D), 기술이전, 혁신,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 인력 확충이 다른 현안들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상무부가 올해 2월 28일 발표한 ‘제조 및 시설 투자 인센티브 지급계획’을 보면, 394페이지 문서 중에서 ‘workforce(인력)’이 131회 언급된다. 법안의 주체인 ‘semiconductor(반도체)’이 116회 언급된 것과 비교하면 인력양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학교와 기업체가 서로 연결할 수 있는 모델이 구축돼야 한다”며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서 외국에 뺏기면 소용이 없다. 지역별로 특화해서 인력을 홀드(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외 인재 유치 전략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인도, 대만, 한국 등 고급 인력에 대해 H-1B(전문직) 비자 등을 발급하며 공격적으로 해외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이러한 정부 차원의 제도가 부족하다. 해외 인재가 귀국하면, 연구비를 주거나 창업 시 창업 비용을 주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호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카이스트 등 국내 대학에 외국인 학생들이 많은데, 졸업한 뒤 한국에서 취업이 어렵다”며 “신속 영주권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10개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각 대학에서 1년에 최소한 1000명씩이 나와야 한다. 그렇게 해도 TSMC나 엔비디아와 견주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美 ‘독소조항’ 가득 보조금...“첨단 장비 유지력 필요”

▲[프놈펜=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11.13. photo@newsis.com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 보조금 독소조항에 대한 해결책도 논의됐다. 지난 2월 28일 미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 재정 인센티브 세부 지원계획(NOFO)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중국 내 반도체 투자 제한을 비롯해 초과이익 공유, 기밀 정보 제공 등을 이행해야 하는 독소조항이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추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 이목이 집중됐다.

양 의원은 “최근 미국의 마이크론 반도체 물량 대체 거부 요구와 더불어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심사기준 독소조항은 주권 침해 요소가 크다”며 “자유무역과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워 정부가 기업의 의사결정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패권을 지렛대로 국내 기업의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반입 예외 연장, 美 반도체지원법 독소조항 재검토 등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 교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철성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는 “미국이 제시한 가드레일 조항에서 보조금 신청하느냐, 안 하느냐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문제는 최신 첨단 장비 공급을 막느냐, 허용하느냐”라며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의 공장을 철회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첨단 장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어디까지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