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이상 징후 시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지정 기준, 홈페이지에 공개
투자유의, 지정 요건 외부 공개 안해…“조작 의혹 세력, 시스템 잘 알고 있었을 듯”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선광·서울가스·대성홀딩스는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 24일 SG증권에서 일부 종목을 대량 매도 하면서 하한가가 속출한 이후 해당 종목들은 지금까지 하한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것도 잠시, 주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은 물론 검찰까지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H투자컨설팅업체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과 관계자 명의로 된 업체 등을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금융위는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관계자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파악한 주가조작 관련 혐의자에 대해서 출국금지를 조치했다.
시장에서는 조작 의혹 세력들이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감시망을 뚫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사기 수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일뿐만 아니라 기존 모니터링 시스템이 감지하지 못하도록 고도화된 수법을 썼다는 것이다. 거래소에서는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이 나타날 경우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으로 구분해 시장에 공지한다. 이들 유형은 거래소 홈페이지 내에 지정 요건을 공지돼 있어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투자유의’의 경우는 다르다. 투자유의는 거래소가 시장 및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건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거래소가 투자자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사건별 투자위험정보 및 투자유의사항 등을 안내문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유의 지정 대상에 대한 조건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거래소 내부 자체적인 시스템에 함수값을 설정해 모니터링을 한다. 최근 일주일, 한 달, 3개월 단위로 급등락폭 기준을 설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이번 주가 조작 의혹 세력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것은 이 같은 기준마저 혐의자들이 파악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6개월, 1년 동안에 한 30% 올랐다면, 그런 종목들은 많기 때문에 그때마다 투자유의를 지정할 수 없다”며 “(투자유의 관련 지정 요건은) 보통 단기간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비춰봤을 때는 미달해서 (투자유의 관련 지정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유의 지정도 아무 종목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 (주가 조작 세이) 주가 상승을 굉장히 완만한 형태로 띠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상당히 치밀하게 계획된 주가 조작 사건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한가 종목들은 작년 말부터 실적에 유의미한 개선이 없는데도 급등해 작전 세력, 불공정거래로 의심했었다”며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든지 불공정거래 감시가 선제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