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우려 목소리 이해…차기작 한인타운 이민자 다룬 독립영화”

입력 2023-04-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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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27일 개막작 기자회견 시작으로 바쁜 ‘손님맞이’

“우려 목소리 이해해…지난 4개월 내 삶 돌아봐”
차기작 이민 2세대 다룬 미국 독립영화 ‘스모킹 타이거’

▲ 27일 전주 디지털 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준호 공동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배우로 28년을 생활했지만 지난 4개월은 인생에서 많은 걸 느끼고 성숙해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간 너무 달콤함에 젖어있었던 건 아닌지….”

배우 정준호를 28일 전주 완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7일 개막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동 집행위원장 역할을 맡아 다르덴 형제를 비롯한 주요 손님을 맞이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과정은 순탄하진 않았다. 지난해 말 전주시의 선임 소식 이후 영화계 일각에서는 상업 영화에만 줄곧 출연해 온 정준호의 결이 독립ㆍ실험ㆍ대안영화의 축제인 전주국제영화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화제 이사회 7인 중 3인인 방은진, 권해효, 한승룡이 이를 문제삼아 사퇴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정준호는 그간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으로 봤던 분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운을 뗐다. “상업 영화 위주로 쭉 달려오면서 너무 따뜻하게만 살지 않았나, (영화인들의) 아픈 현실은 잘 들여다보지 못한 것 아닌가 싶어 미안한 마음도 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주변에서 “무엇 하러 그 자리를 맡으려 하느냐”는 만류도 들었지만, “이미 (비판적인) 기사도 나오고 스크래치가 났는데 그냥 돌아가는 것보다는 내가 잘하는 일로 참여해 조금이라도 영화제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직을 수락한 배경을 전했다.

▲ 27일 전주 디지털 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준호(왼쪽 두번째) 공동 집행위원장과 다르덴 형제(오른쪽). (사진 제공 = 전주국제영화제)

그는 영화제의 고질적인 어려움인 ‘예산 확보’와 ‘지역과의 상생’ 건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오랜 배우 생활과 사업 활동으로 확보한 인적망을 활용해 이미 전주국제영화제 후원회를 결성했고, 기업인이 십시일반 내놓은 돈이 "거의 2억 5000만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내년 역시 자체적으로 작성한 후원회 명단을 들고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영화제에 들어와 물어보니 대부분은 예산 부족이 문제더라고요. 독립, 예술영화 감독이 창작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그렇게 발굴된 이들이 나중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재 전주국제영화제의 연간 예산은 50억 원선이다. 추가적인 후원금이 모이면 영화제를 통해 신진 감독의 작업을 지원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예산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영화인을 꿈꾸는 전주 지역 학생을 지원하는 등의 방향도 고려 중이다.

배우로서의 활동도 계속된다. 미국 이민자 출신인 여소영 감독의 독립영화 ‘스모킹 타이거’ 촬영을 올해 초 이미 마쳤다고 한다. 이 작품은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미국 한인타운을 배경으로 이민 1세대 부모와 2세대 딸의 관계를 조망한 ‘스모킹 타이거’에서 그는 “카페트를 파는 아버지” 역을 맡았다. “딸은 자신에게는 너무 멋있기만 한 아버지가 장사하러 나가서는 상류층 사람들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거나 엄마 외의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서 “이민 2세대가 경험하는 과정을 어린 딸의 시선으로 아주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출연한 상업 영화의 게런티에 한참 못 미치는 출연료를 받았겠다는 질문에 “그랬다”고 솔직하게 답한 그는 “서른 살의 젊은 감독이 자기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모습을 보고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올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출연 결정 당시를 전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고 날 캐스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더라. 처음으로 감독 앞에서 오디션도 봤다"고 했다.

그는 “우리 영화제에 출품되는 작품도 소수자의 이야기가 많다”면서 “그들 삶을 들여다보고 상처나 아픔을 영화로 표현해서 보는 이가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는데, 앞으로 배우로서 그런 부분을 배워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주 = 박꽃 기자 pg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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