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모드’ 원인으로 은행권 상업 부동산 부실 대출 지목
멍거 부회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은행들이 상업 부동산 부실 대출에 대거 노출돼 있다”며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악성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떠안고 있는 은행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멍거 부회장의 경고는 버크셔가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킨 이유를 설명해준다. 버크셔는 그동안 미국 금융권이 흔들릴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에 몰렸던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입했고, 2011년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비슷한 규모의 투자금을 넣어 금융시장 불안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위기 국면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었는데, 상업용 부동산 대출 위험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상위 25개 시장의 공실률이 모두 증가했다. 샌프란시스코의 2022년 말 공실률은 19%로 3년 전 5%에서 급증했다. 멍거는 “문제가 있는 상업용 빌딩, 쇼핑센터, 기타 상업 부동산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2008년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은행에서도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금융권의 최대 뇌관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지역 중소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노출 비중이 큰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치 하락, 중소은행의 건전성 우려,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실 위험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면서 위기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