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한국’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이 496억2000만 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줄었다. 작년 10월 이후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수입액도 전년 동월보다 13.3% 줄었다. 무역수지는 26억2000만 달러 적자로, 작년 3월부터 이어진 적자행진을 14개월째로 연장했다.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무역적자액이 252억 달러다. 지난해 무역적자액(477억9000만 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수출 최대품목인 반도체와 최대수출국인 중국에서 탈이 났다. 수출 비중이 20%에 달하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1.0% 감소한 63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대중 수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6.5% 줄어든 95억2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11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대중 무역은 더욱 큰 관심이 필요하다. 한국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내놓은 무역통계를 보면 올 1분기 한국의 대중 수출은 38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수입이 7.1% 줄었지만, 한국 감소 폭이 유난히 크다.
우리 경제 안팎엔 위기 신호가 가득하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전기대비 0.3%)은 역성장을 면했지만 0%대로 부진하다. 눈길을 더하는 것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다.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가장 오랜 기간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 경상수지 역시 11년 만에 처음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주에 나올 3월 경상수지도 흑자전환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 기초체력을 반영하는 원화 환율도 유독 약세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3월 말 대비 4월 말 원·달러 환율은 2.7%(35.8원) 급등했다. 미국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원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이상 기류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것이다. 블룸버그 집계로는 세계 주요 16개국 통화 가운데 원화 가치 하락률이 가장 크다. 다소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2연속 동결한 통화정책과 수출 부진 등이 맞물려 부작용을 빚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정부는 강력한 수출지원으로 출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상저하고’ 프레임에 희망을 걸면서 말잔치를 벌이거나 재정을 낭비할 단계가 아니다. 이러다 발병이 나고 골병이 들 수 있다. ‘수출한국’ 재도약의 발판을 너무 늦기 전에 마련해야 한다. 규제 완화, 세제 부담 경감 등 기업들의 고충만 잘 처리해도 수출 생태계는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길을 잘 찾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