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발표…호남권 남는 전기 수도권으로
정부와 한국전력이 호남 지역의 남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수 있는 이른바 '전기 고속도로'를 서해 해상에 설치한다. 정부가 대규모로 해상 초고압 송전시설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전력은 안정적 전력계통 구축을 목표로 수립한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이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고 8일 밝혔다.
이 계획은 지난해부터 2036년까지 15년간의 장기 송·변전 설비 세부 계획을 담았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제10차 전력 수급기본계획'의 전력수급 전망과 송·변전 설비 확충 기준에 따라 수립됐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계획을 통해 유연하고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을 위해 계절 및 시간대별 시나리오 기반의 설비계획을 도입했고 지역간 전력융통망 보강을 통해 원전,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을 적기에 연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전력 설비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기술과 전력망 건설 대안 기술을 확대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전력 계통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서해안에 초고압 송전망, 이른바 '전기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집중된 호남권은 봄·가을처럼 전력 소비가 적은 기간에 남는 전력을 전력 수요가 많은 지역인 수도권으로 전송해야 하지만 두 지역을 연결하는 송전선로가 극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호남의 남는 전기는 전력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하다. 전력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을 때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불리는 대정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수요가 적은 가운데 순간적으로 과도한 전력 공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블랙아웃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그간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이 풍부해 생산 전력이 수요를 초과하는 날이 많은 호남권과 전력이 상시로 부족한 수도권을 연결하는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지역 주민이 초고압 송전 설비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해 설치가 쉽지 않았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서해 해상에 '전기 고속도로' 격인 초고압 직류송전(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제주에서 전남 지역(해남·진도)을 잇는 해상 송전선로가 있지만, 이는 소규모로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해상 광역 송전망은 현재 없는 상태다. 이번 서해안-수도권 초고압 직류송전 기간망 구축은 대규모 해상 초고압 송전시설 건설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한전은 서해안-수도권 초고압 송전망 구축으로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력이 부족한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향후 빠른 속도로 세계시장이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는 HVDC 분야의 산업생태계를 견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전은 이번 계획을 통해 우리나라의 봄·여름·가을·겨울과 아침·점심·저녁·심야 시간대별 전력 계통 해석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을 사전에 분석, 전력망 보강방안을 수립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적기·안정적 전력 공급에 기여하고 향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력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라며 "어려운 재무 여건에서도 이번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대한 상세한 내용은 한전 홈페이지(http://www.kepco.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