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출신 ‘올드보이(OB)’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정치권에 뺏기고 금융위원회에 밀려 재취업 자리가 바늘구멍이 됐다. 보험대리점(GA) 감사 자리조차 앉기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지난달 28일 회장추천심사위원회(회추위)를 열고 김용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사회가 오는 17일 확정하면 김 전 의원은 6월2일에 정식 취임한다.
보험대리점업계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대리점협회장 취임은 대리점주들의 의견”이라며 “설계사등록권과 판매전문회사 등을 추진해 GA업계의 위상을 높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보험대리점협회장 자리는 줄곧 금감원 출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인사다. 대리점협회는 전신 생보대리점협회, 손보대리점협회가 통합된 보험대리점협회로 2005년 출범 이후부터 11년간 협회를 이끌었던 김소섭 회장을 제외하고 금감원 출신이 회장을 맡아왔다.
2013년 4대 회장에 보험감독원 출신인 이춘근 회장부터 5대 강길만 전 회장, 2019년에 취임한 조경민 현 회장도 금감원 출신이다. 이번 7대 회장에도 금감원 출신이 거론됐으나 김용태 전 의원 거론 이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GA 감사 자리도 금감원 출신들의 자리가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리점협회장을 통해 GA 준법감시인 자리로 금감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이 자리도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내려와 금감원 OB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리점협회가 3선 국회의원출신이 오면서 올해 말부터 임기가 만료되는 생명·손해보험협회장도 급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생보협회와 보험연수원 수장도 3선 의원을 지낸 국회 상임위원장 출신이 맡고 있다.
인사혁신처 재취업 심사도 만만치 않아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종환 전 금감원 국장이 KB손해보험 총괄 감사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인사혁신처에서 불승인 되면서 재취업이 불가능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 때는 금감원에서 퇴직자 리스트와 금융권 감사 자리를 매칭해주던 시절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재취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심해지고 금융권도 감사 자리를 줄여가 OB들의 갈 자리가 확 줄어들어 각자도생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