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의 비교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보험업계에서 CSM이 ‘분식 회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이대로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10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11일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소집해 IFRS17에 대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생명보험협회는 이날 오후 보험사의 IFRS17 담당 부서장을 소집해 회의를 진행한다. 최근 IFRS17 도입과 관련해 보험사별 손익이 큰 폭으로 뛰어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금융당국의 우려와 함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회사별로 대처과정이 적절했는지 등을 점검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협회는 이날 회의에서 업계의 애로사항도 함께 취합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SM이 공개되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장 예상치를 지나치게 웃돌거나 크게 미치지 못하는 곳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은 ‘현재 CSM이 비교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수치냐’는 것이다.
CSM은 특정 보험사가 보유 중인 보험 계약의 미실현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지표다.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 및 발생주의 회계를 원칙으로 한 IFRS17에 따라 보험 계약의 미래 이익을 일단 유보해 놓고 향후 기간 경과분을 수익으로 조금씩 실현해 나간다는 얘기다. 즉 CSM은 기본적으로 회계상 부채지만 보험사의 장기 수익력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해석된다.
업계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나온 CSM 숫자가 가정에 따라 크게 변동되는 것에 있다. 사망률·위험률·손해율 등 소수점 단위를 어디에서 끊어 버릴지에 따라 CSM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난다. 회사마다 다른 계리적 가정을 적용해 CSM 숫자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회사 정책에 따라 각자 유리한 가정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문제로 꼽힌다. 현시점에서는 CSM 숫자 높이기 위해 각자 유리한 계리적 가정을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사들은 보수적인 가정을 사용해 CSM 숫자를 적게 산출했지만, 일부 사들은 숫자 높이는데 유리한 가정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SM 소급 기간에 따른 차이도 있다. 소급기간이 길수록 CSM 숫자가 커져 이 또한 비교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밖에 CSM을 계산할 때 활용되는 사망률 등 계리적 가정이 각 회사 자율에 맡겨진 탓에 합법적인 분식 회계가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제기된다. 결국,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 결산 주체가 회사이고 회사 차원에서 이 숫자가 맞다고 공시한 것인데 분식 회계가 있을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수치 점검을 할 것이며, 비교할 수 있는 CSM 수치 산출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공을 위해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