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 벌써 찾아온 불청객…모기도 사정이 있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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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여름이 되면 매일 밤 나를 잠 못 이루게 하는 존재. 고요한 밤, 특유의 그 소리로 잠을 확 깨우는 무시무시한 존재. 나의 분노 최대치가 어디까지인지 매번 갱신하게 하는 그 존재.

만나기도 끔찍했던 여름 친구(?) 모기가 너무 일찍 인사를 건네고 있는데요. 최근 SNS와 커뮤니티 곳곳에서 “모기 소리를 들었어요”, “모기가 나타난 것 같아요”라는 무시무시한 영접(?) 후기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때를 모르고 나타난 모기, 대체 왜 이리 일찍 일어난 걸까요?

일찍 등장한 모기, 대체 왜?

▲(출처=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최근 3~4월에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나드는 여름 날씨가 많아졌는데요. 이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온 여파로 여름 같은 봄 날씨 때문에 여름 불청객을 봄에도 맞이하고 있는 겁니다.

서울시 홈페이지의 ‘모기예보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10일 서울시 평균 모기 활동 지수는 27입니다. 관심 단계 ‘하’로 실내에선 창문과 문에 방충망을 사용하고 늦은 시간 환기 자제를 권고하고 있죠. 관심 단계부터 모기 활동이 시작된다고 보면 되는데요.

최근 모기 활동 지수를 살펴보면 지난달 21일에는 44.5, 24일에는 43.7을 기록했습니다. 관심 단계 ‘상’으로 주의 단계에 근접했는데요. 벌써 본격적인 모기 활동기 시간이 한 달여가 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기 활동 지수는 0부터 100까지 있는데요. 구간에 따라 쾌적→관심→주의→불쾌 순으로 모기 발생 단계가 나뉘게 됩니다. 통상 모기가 극성인 7월 말이나 8월 초에는 모기 활동 지수가 90을 넘어가죠.

특히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의 등장도 올해 유난히 빨라졌습니다. 질병관리청은 매년 작은빨간집모기가 최초 발견되면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하는데요. 올해에는 3월 23일 제주와 부산에서 올해 처음으로 일본뇌염 매개 모기가 확인됨에 따라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죠. 올해 주의보는 작년(4월 11일)보다 무려 22일이나 빨라졌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이 더워지는 4월이 되자 모기를 통해 옮겨지는 말라리아를 경계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죠. 지자체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정화조와 웅덩이에 약을 뿌리는 등 방역을 시작한 상황인데요.

더워진 봄 날씨, 모기가 활동하기 좋은 기온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제주와 부산의 최근(2월 중순∼3월 중순) 평균기온이 10도로 작년보다 1.9도 높았던 탓에 모기들의 활동도 빨라진 것으로 예상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내내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역대 가장 더운 3월을 기록했는데요. 지난달 서울 평균 기온은 9.8도로 1908년 기상관측 이래 116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이었죠. 기존 기록은 2021년에 기록한 9도였습니다.

모기는 곤충이기 때문에 자체 체온이 없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도 같이 올라가게 되죠. 그렇기에 대사 활동이 빨라져 월동상태에 있던 모기들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산란 적정 온도는 25~28도이지만 13도 이상이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데요.

기후 온난화가 지속화로 모기의 활동 시간은 매년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겨울에도 모기가 출몰하기도 하는데요. 이유는 난방이 너무 잘 되기 때문이죠. 작은빨간집모기는 주로 습한 지하실에서 월동하는데 건물 자체가 난방으로 따뜻해지자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모기의 이른 출몰은 그만큼 더워진 날씨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는 건데요. 모기 또한 일찍 활동하고 싶어서 나선 것이 아니기에 “왜 이리 일찍 나타났냐”라는 비난에 억울한 셈이죠.

기상청이 발표한 올해 기후 전망치를 보면 6~7월의 평균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나타났는데요. 평년보다 기온이 낮을 확률은 20%로, 올해 모기도 더 일찍, 더 오래 머물게 될 전망이죠.

벌써 찾는 방출용품, 매출 늘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방충용품을 미리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는데요. 일부 판매처에서는 이상고온이 감지된 지난달부터 이미 여러 판촉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마트24의 경우 살충용 스프레이 등 방충용품의 3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 증가했는데요. 상품별로는 모기향(103%) 매출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기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야외 활동 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되도록 밝은색 옷을 입으면 좋습니다. 또 피부, 옷, 신발, 등에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죠. 진한 향수나 화장품은 피해야 하는데요. 향이 모기를 유인하기 때문입니다.

흡혈만 해도 많은 고통을 받는데 일본 뇌염 질병까지 옮기기 때문에 더 큰 주의가 필요한데요. 모기는 일본 뇌염, 필라리아, 뎅기열, 황열 등의 전염병을 옮기는 매개체입니다. 작은빨간집모기는 물가에 서식하고 야간에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가정 등에서는 관련 사항 점검은 필수죠. 발열이나 두통,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면 가까운 의료 기관에 빨리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합니다.

질병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고된 일본뇌염 환자 92명 중 54명(58.7%)에서 인지장애, 마비·운동장애, 언어장애, 발작, 정신장애 등의 합병증이 생겼는데요. 일본뇌염은 효과적인 백신이 있으므로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인 2010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의 경우 표준 예방접종일정에 맞춰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과 모기 모두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여파를 일찍 맞이한 피해자가 되어 버렸는데요. 일찍 찾아와 더 오래 머물게 된 모기를 마주한 현실. 어쩌면 이 피해, 우리가 자초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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