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시간제 개편을 하반기로 미루면서 논의가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연장근로 단위시간을 연장할 경우 휴가를 제대로 쓸 수 없어 노동자의 휴식권이 제한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졌다.
이투데이가 인크루트와 함께 14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중소기업 재직자의 78.2%, 중견기업 재직자의 73.9%는 ‘장기휴가를 쓸 수는 있지만 눈치가 보인다’거나 ‘쓸 수 없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기업 재직자의 54.9%가 동일한 답변을 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몰아서 쉬는 것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4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인크루트 직장인 회원 87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31%p다.
앞서 정부는 주당 52시간으로 근로시간 상한을 정한 현행 제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주‧월‧분기‧반기‧1년 단위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몰아서 일하는 만큼 몰아서 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휴가를 쓸 수 없다면 몰아서 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몰아서 쉬는 것은 어려워진다. 노동자의 휴식권이 결과적으로 침해받는다. 설문조사 결과는 정부의 설명과 현실에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사람은 더 필요해졌지만 기업들은 인건비를 이유로 채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추가 채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인력 부족으로 추가 채용을 진행한 경우가 있냐는 질문에 중소기업 재직자의 74.2%, 중견기업 재직자의 72.2%, 대기업 재직자의 64.6%가 ‘없다’고 답했다. 직원채용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57.4%는 ‘인건비 과중’을 꼽았고, 사람을 추가 채용할 만큼 업무가 많지 않아서라는 응답은 35.7%에 불과했다.
자발적으로 더 일하고 싶은데 주 52시간제 때문에 그렇지 못했다는 비율은 15.5%로 나타났다. 노동자도 더 일하고 싶은데 주 52시간제로 인해 그렇지 못하다는 사용자 측 주장은 노동자 측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체 응답자의 56.4%가 회사 분위기로 볼 때 연장근로 단위시간이 늘어나면 야근 또는 주말출근이 잦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67.9%, 중견기업 재직자의 60.6%가 야근수당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대기업 재직자의 56.1%는 야근수당이 있다고 답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추가근로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미래가 보여야 매력이 생긴다. 기업에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야 미래가 보이는데 지금 중소기업 정책은 중소기업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