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이차전지 ‘광풍’의 선두에 서며 질주하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 제동이 걸렸다. 증권가의 과열 우려에 한 차례 꺾였던 주가는 이동채 전 회장 구속, 주요 지수 편입 불발 등 연이은 악재에 맥을 못 추고 가파른 내리막을 걷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2분 기준 에코프로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17%(3만9000원) 떨어진 50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지난달 11일 종가(76만9000원) 대비 34.33% 하락했다. 한 달여 전만 해도 80만 원을 바라보던 주가는 어느새 50만 원 선도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에코프로비엠도 최근 1개월간 25.68% 내렸다.
상반기 추가 수주 모멘텀 부재, 일부 종목의 밸류에이션 부담, 차익 실현 매물 등으로 이차전지 섹터가 이달 들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연초 이후 랠리를 이끈 에코프로 그룹주에 유난히 하락세가 짙은 모습이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구속으로 갑작스럽게 불거진 오너 리스크에 이어 에코프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까지 무산되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이 전 회장은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에코프로 측은 “2022년 3월 이동채 전 대표이사가 사임한 이후 에코프로와 가족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번 항소심 판결이 주요 사업과 해외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날 하루 동안 에코프로는 6.78%, 에코프로비엠은 4.10% 급락했다.
이튿날인 12일에는 에코프로의 MSCI 한국 지수 편입이 불발되며 주가가 1.09% 추가 하락했다.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이 기대됐지만 결국 ‘극단적 주가 상승’ 조항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과열 우려를 제기해 왔다.
지난달 초 삼성증권은 지주사인 에코프로가 보유 지분가치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하나증권 역시 중장기적인 성장성은 인정하면서도 5년 후 예상 기업가치를 넘어선 수준이라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이달 들어서만 △유진투자증권(보유→매도) △삼성증권(매수→보유) △유안타증권(매수→보유) △대신증권(매수→중립) 등 다수의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에코프로비엠 매도 의견을 제시한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동사의 기업가치는 2030년 삼원계 양극재 생산능력이 100만 톤에 달하는 것을 가정한 수준”이라며 “2030년까지 에코프로비엠의 성장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는 가정하에서 20만 원 이상의 주가는 고평가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에코프로 100만 원’을 기대하며 뛰어든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눈물의 물타기 중이다. 개인투자자가 이달 초부터 12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에코프로(2882억 원어치)였다. 에코프로비엠은 순매수액 약 198억 원으로 순매수 8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