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인상액, 1분기(13.1원)보다 적어...정상화에 52원 필요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오늘부터 시작됐지만,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전력의 적자 손실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인상분이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를 메우기는 부족한 탓에 한전은 또다시 한전채 발행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1분기 한전의 원화 채권 발행액과 순발행액은 각각 8조100억 원과 7조800억 원으로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이달 한전채 잔액은 69조94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64조 원)보다 5조 원가량 증가했으며, 1년 전 같은 기간(44조6600억 원)과 비교해 약 56.61%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들어 한전채 발행 잔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월별로 봐도 △1월(64조) △2월(66조4600억 원) △3월(68조2700억 원) △4월(69조3700억 원)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한전채 발행액은 8조18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8700억 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과 국민 여론을 고려해 이날 전기요금을 1kWh 당 8.0원으로 인상했다. 앞서 1분기 인상분(13.1원)을 포함하면 올해 전기요금 인상액은 21.1원이지만, 한전 정상화에 필요한 금액(52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지난해 32조 원이 넘는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6조 원가량 적자를 기록해 누적적자가 4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전의 영업적자가 심화할수록 한전은 한전채 발행액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 폭이 올해 한전채 발행량을 조절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A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전기는 결국 다 에너지 수입으로 들어오는 건데, 그거 조금 올린 거로는 환율 영향이 더 크다”라며 “물가보다도 지금 전기요금 인상 폭이 너무 적어서 한전채가 더 위험해 보인다. 그 정도 갖고 적자 개선은 쉽게 안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6월 지나서 한 번 더 올릴 때는 1kWh당 20원 정도로 3배 이상은 올려야 계산이 나온다. 여름 되면 전기 사용량은 또 증가할 텐데,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없으면 한전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며 “한전이 올리면 원자재 단가가 상승하고, 원가가 오르면 소매가가 올라가도 역마진이 쉽게 해소가 안 된다”고 했다.
B 증권사 운용역은 “추세적으로 조금 줄어들 수 있는 여력은 되겠지만, 지켜봐야 한다. 지금 한전채 발행 속도를 조금 둔화시킬 수 있겠지만,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며 “여름 피크 시즌을 지나봐야 적자율이 어느 정도 해결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한전채는 입찰에서 민평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하는 등 강세 전환되기 시작했다. C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오늘 발행시장에서 한전채는 2년짜리가 민평 대비 6bp 정도 언더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번 인상 폭은 적지만, 어쨌거나 인상된 영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