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하반기까지도 구조적인 이유로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NH투자증권은 "연초 이후 미국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가 지속하고 있다. 중국, 대만 등 동종(Peer) 아시아 신흥 통화와 비교해도 약세 폭이 두드러진다. 아세안 국가를 포함하더라도 3개월 옵션에 내재한 환율 변동성은 주요 신흥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원화 약세의 이유로는 더딘 수출 개선세, 중국 경기회복에 대한 눈높이 조정 및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등 대외 불확실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이러한 요인들이 해소될 경우, 원화가 글로벌 환율 움직임에 동조화될 것인지, 아니면 원화의 구조적 요인이 변화한 것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의 원화 약세가 취약한 원인으로 수출 점유율 고점 확인을 들었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은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 비중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추세적인 서비스 수지 적자, 해외자산 취득 증가에 따른 소득수지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의 달러 공급은 이를 포함한 경상수지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뜻이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및 본원소득수지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권 연구원은 "추세적으로 줄어든 달러화 공급 속 순환적인 무역수지 흐름과 원화 가치 간 연동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권 연구원은 "실물 경제에서 달러화 유동성을 설명하는 것이 경상수지라면, 금융(자본수지) 측면에서 달러화 유동성은 투자 수지로 파악해볼 수 있다"며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확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규모 축소 등은 중장기 원/달러 환율의 레벨 상승과 밀접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달러 차입규모 축소는 현물 시장에서 원화 약세 압력의 배경이 된다"며 "하반기의 시계로 보면 경상 수급 호전에 따라 순환적으로 1200원대 진입은 가능해 보인다. 다만 중장기로 보면 1300원대의 원·달러 환율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