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을 살해한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돼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주 네사우알코요틀 지방법원은 지난 1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록사나 루이스(23)에게 징역 6년2월을 선고했다.
루이스는 남부 오악사카 원주민으로 경제 활동을 위해 멕시코시티 인근 도시인 네사우알코요틀에서 거주했다. 그러나 2021년 5월, 거주지에 침입한 한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이 성폭행범은 루이스가 거부하자 “죽이겠다”라고 협박했고, 결국 루이스는 이 남성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루이스는 성폭행 피해 사실을 진술했으나, 경찰은 루이스가 범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했다가 나중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고 가장 중요한 법의학적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루이스는 9개월간 수감되어 있다가 지난 2월 보호관찰 명령을 받아 자택에서 생활하며 재판을 받아왔다.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행위를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과잉방어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루이스에게 징역형과 함께 살인 피해자 유족에게 28만 페소(2100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줄 것도 명령했다.
판결 이후 루이스는 항소 의지를 밝히며 “제가 스스로를 지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변호인 역시 “루이스는 명백한 피해자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모든 여성을 위해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의 판결에 지역 인권단체 역시 반발에 나섰다. 사건 초기부터 루이스 구명 운동을 펼친 인권단체인 ‘노스케레모스 비바스네사’의 엘사 아리스타는 “성 감수성이 결여된 이번 판결은 여성이 공격자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라며 “루이스는 항상 범죄자로 지목됐는데, 여기엔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