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성공 땐 세계 2위로 우뚝…아마존도 게임 콘텐츠 진출
국내 게임사 규제에 실적악화…"규제 풀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글로벌 게임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90조 원, 빅테크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전에 대한 국내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재홍 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는 유럽연합(EU)이 MS가 추진 중인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와의 합병 승인에 대해 “우리나라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볼 수 없다”며 “글로벌 게임 시장 4위인 우리나라의 글로벌 장악력이 위축될 수 있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18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MS와 블리자드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를 이달 중 결론 낼 것으로 보인다. MS는 전 세계 16개국 경쟁당국에 블리자드 인수 승인을 신청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칠레, 세르비아,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EU가 승인했다. 한국, 중국, 뉴질랜드, 호주 등은 검토 중이다.
MS가 블리자드를 품게 되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이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매출 기준 MS와 블리자드는 각각 4위와 9위에 올라있다. 인수 성사 시 MS는 1위 텐센트, 2위 소니에 이어 세계 3대 게임사에 오르게 된다. 다만,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확정되기까지는 난관이 남아있다. 영국, 미국 등에서 반대 움직임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 업계도 이번 인수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빅테크들이 인수ㆍIP 활용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글로벌 게임 시장의 판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 아마존도 게임 콘텐츠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아마존은 ‘반지의 제왕’, ‘호빗’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엠브레이서 그룹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출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게임은 PC와 콘솔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는 2년 전 무산된 프로젝트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이다. 앞서 2019년 중국 텐센트와 손잡고 반지의 제왕 게임 개발에 나섰으나 양사 간 의견 충돌로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반면 국내 게임사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표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이용자가 일정 확률에 따라 게임 내 장비 등을 획득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사행성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게임사는 인게임(InGame)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개별 공급 확률 정보를 홈페이지 및 광고에 표기해야 한다.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도 어려움을 가중한다. 고스톱·포커류 등의 사행화를 방지하자는 제도로, 올해는 웹보드게임 규제 시행령 일몰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게임사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혁신을 저해해 결국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홍 교수는 “우리나라는 게임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라며 “정부에서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들을 축소하고 없애야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