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해운사인 HMM이 현대LNG해운 인수전 참여를 시사하면서 인수ㆍ합병(M&A)에 대한 새판짜기가 시작됐다. 인수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온 HMM이 인수전에 뛰어든 점으로는 해외매각에 대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정부의 입김이 반영됐다는 견해가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MM은 현대LNG해운 본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매각 측에 전달했다. 매각 측은 이달 말로 예정됐던 본입찰 일정을 다음달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현대LNG해운의 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다. 이들은 지난 3월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최근 진행된 본입찰엔 국내 기업은 불참하고 외국계 선사들만 참여했다.
지난 3월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현대LNG해운의 매각 절차를 밟아왔다. 최근까지 매각 의사를 밝힌 국내 기업이 없어 영국과 그리스 등 외국계 선사 간의 경쟁으로 좁혀진 상태였다.
현대LNG해운의 전신은 HMM의 LNG선 전용 사업부다. IMM컨소시엄은 지난 2014년 현대상선(현 HMM)의 LNG전용선 사업부를 1조300억 원에 인수하는 형태로 현대LNG해운을 품에 안았다. 당시 안고 있던 5000억 원대 부채를 고려하면 실제로 투입된 금액은 4000억 원대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상선은 LNG전용선 사업부를 떼어 팔며 2030년까지 LNG운송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경쟁업종)금지’ 조약을 맺은 바 있다. 다만 HMM은 현대LNG해운 인수를 통해서는 LNG운반선 사업 진출이 가능하다.
해운업계는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해운·항만·물류 관련 54개 단체가 가입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현대LNG해운은 한국가스공사가 국내에 도입하는 LNG 물량을 주로 수송하는 전략물자 수송 선사”라며 “이러한 선사가 해외에 매각된다면 앞으로 원유, LNG 등 주요 전략물자 수송은 해외 선사에 의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국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사업자인 현대LNG해운이 해외로 넘어가게 되면 경제·안보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매각 저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지속 촉구해왔다.
현대LNG해운이 국내에 들여오는 LNG 물량은 연간 500만~550만 톤 규모로, 지난해 전체 도입량(4639만5000톤)의 10%가 넘는다. 또 한국가스공사를 최대 고객사로 두고 가장 많은 국내 도입 물량을 맡고 있다.
이로 인해 HMM의 인수전 참여가 전략물자 운송 주권 지키기 위한 해운 당국의 입장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배경이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HMM 매각 작업이 변수다.
HMM의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지분율 2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지분율 19.96%)는 4월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절차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HMM의 매각이 공식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몸값이 예상돼 인수 의사를 내비친 기업이 없다. HMM의 시가총액은 종가기준 약 9조6000억 수준으로 대주주의 지분가치만 3조9000억 원에 이른다. 막대한 인수대금을 지급할 여력을 가진 기업이 국내에서는 많지 않다는 게 우려다.
이 가운데 현대LNG해운을 인수하게 된다면 HMM 매각 작업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반면 현대LNG해운 인수를 위한 HMM의 유동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현대LNG해운의 몸값은 7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HMM의 현금성자산은 4조9802억 원 수준이다. 단기금융상품(6조9565억 원) 등을 합산하면 10조 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