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네이버 커머스 1분기 실적 개선…경쟁 전면전
1분기 실적 개선한 네이버-쿠팡, 이커머스 2강 구도 공고히…뒤쫓는 신세계
SSG닷컴·G마켓 실적 개선 및 큐텐 ‘티메파크’ 파급력 변수
싱가포르의 ‘아마존’ 큐텐이 불러온 기업 인수합병(M&A) 돌풍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다나와, G마켓 등 과거 이커머스 시장을 주름잡았던 이른바 이커머스 1세대 기업들이 새 주인을 만나거나 합병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커머스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 2강 구도에 G마켓·옥션을 품은 신세계가 이들 뒤를 쫓고 있다. ‘티메파크’의 등장이 4강 체제로의 전환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시장 재편은 싱가포르의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작년 9월 티몬을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큐텐은 국내에서 해외직구몰로 알려져 있으며 G마켓의 창업자인 구영배 큐텐 사장이 글로벌 기업 이베이와 2010년 합작해 만든 회사다.
큐텐의 M&A 행보는 티몬 인수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3월과 4월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잇달아 큐텐 품으로 끌어안으며 ‘티메파크’ 연합체를 완성했다. 큐텐이 인수한 인터파크는 1996년 국내 이커머스 태동기의 주역이며 티몬과 위메프는 2010년 등장해 쿠팡과 함께 3대 소셜커머스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이보다 앞선 2021년에는 이커머스 업계 상위권 도약을 노리던 신세계그룹이 G마켓과 옥션을 전격 인수하기도 했다.
조립 PC 등 컴퓨터와 전자제품 최저가 검색 플랫폼 다나와는 작년 가격비교 서비스 에누리를 운영하는 코리아센터와 합치고 커넥트웨이브로 이름을 바꿨다. 다나와는 코리아센터 자회사였으나 다나와가 코리아센터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을 택했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거래액 13조 원, 매출 5000억 원 규모의 이커머스 기업으로 덩치가 커졌으며 각 플랫폼의 자원을 결합해 통합 이커머스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은 과거 인터넷 쇼핑 시장을 주도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으나 유통 대기업의 온라인 진출과 온·오프라인 유통기업 간, 이커머스 내 경쟁에서 뒤처져 성장한계에 직면했다”며 “최근 잇따른 변화를 통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올해 1분기 쿠팡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7조3990억 원(58억53만 달러·분기 환율 1275.58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액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62억 원(1억677만 달러)을 달성해 3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갔다.
쿠팡은 지난해 연간 매출 26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썼다. 올해 1분기부터 호실적을 낸 만큼 연간 흑자 달성과 매출 최대치 경신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네이버 역시 커머스 부문에서 실적을 개선하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네이버 커머스 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5% 증가한 6059억 원이다. 같은 기간 거래액은 19.7% 증가한 11조6000억 원이다. 네이버 커머스의 성장을 주도한 건 포시마크다. 네이버는 올해 초 미국의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했다.
이런 가운데 G마켓·옥션을 품은 신세계 이마트는 예상과 달리 파급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2021년 G마켓과 옥션을 인수하면서 SSG닷컴과 함께 이른바 연합군을 꾸렸던 신세계 이마트는 애초 이커머스업계에서 돌풍이 예상됐으나 G마켓은 인수 후 첫해인 지난해 65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SSG닷컴도 11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지난해 7월 기준 월간활성사용자수(안드로이드·iOS)에 따르면 쿠팡은 2766만 명(40.2%), 네이버는 2000만 명(29.1%)이다. 반면 SSG닷컴과 G마켓의 합산 월간활성사용자수는 990만 명(14.4%)으로 격차가 크다. G마켓 인수 시너지가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1번가와 롯데온 역시 적자 탈출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11번가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5% 늘어난 2163억 원이었지만 31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동기보다 적자폭이 70억 원 증가했다.
롯데온의 경우 올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290억 원을 기록했으나, 2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손실을 250억 원 줄였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2강 체제가 공고해지는 가운데 변수는 SSG닷컴·G마켓의 실적 개선과 큐텐 연합체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의 파급력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해 수익성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SSG닷컴과 G마켓의 합산 영업 적자 규모는 약 200억 원 축소됐다. 또 신세계는 지난해 4월 출범한 SSG닷컴과 G마켓 통합 멤버십 ‘스마일클럽’을 백화점과 면세점, 이마트 등 그룹 내 6개사로 확대해 고객 ‘록인’ 효과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의 점유율은 각각 4%, 3%, 1%대로 평가되고 있다. 큐텐 인수 후에도 각각 따로 운영되고 있지만, 단순 점유율만 놓고 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지배력이 단숨에 약 10%까지 상승했다. 현재 큐텐은 각 업체에 자사 DNA를 심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강점을 바탕으로 티몬의 해외직구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큐텐은 각 계열사가 가진 장점과 노하우를 극대화하면 새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기대도 품고 있다.
위메프의 재무구조 개선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기준 위메프 자본총계는 -1441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상황도 전년(-881억 원)보다 더 나빠졌다. 현재 위메프는 이직을 원하는 직원에게 3개월 치 월급을 특별 보상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섰고, 위메프 직매입 상품 담당 주체를 큐익스프레스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