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DAXA가 말하던 ‘자율 규제’ 논의 실종
“닥사는 업비트와 아이들”vs“5대 거래소가 논의·결정”
강남 납치 살인사건·김남국 의원 코인게이트 등 끊임없는 잡음에 가상자산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자율 규제 목소리는 쉽사리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으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닥사·DAXA)가 자율 규제 실효성을 높이려 힘쓰고 있으나 업계와 정치권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닥사의 자율 규제 논의가 힘을 받지 못하는 건 먼저 김남국 의원 발 코인 투기 의혹이 업계 이슈를 장악한 탓이 크다. 정치권이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가운데, 불공정 행위 규제·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에 가상자산 포함 등 제도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가상자산법은 지난 11일에야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닥사는 그동안 관련법에 자율 규제 기구와 관련된 규정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했다. 김재진 닥사 상임부회장은 “자율규제 실효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기본법에 가상자산 사업자 자율규제 기구에 관한 규정이 함께 마련되어야 긍정적 효과가 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법적 근거를 가진 암호자산거래업협회(JVCEA)가 자율 규제 기구로 코인 상장·폐지 등에 대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업비트 관계자는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JVCEA 관계자와 만나 자율 규제 정책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이더리움 도쿄 행사에서 만나 간단히 의견을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법은 자율 규제 단체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법안은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행위 규제·시세조종 등 처벌 내용 등을 주로 한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가상자산법에 자율 규제 기구의 권한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그런 의견을 전달받았으나 정무위 의원 대다수 공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닥사의 대표성과 실효성을 두고 여전히 설왕설래가 오간다. 닥사 관계자는 “자율 규제 회원사가 공동으로 논의하고 의견을 결정한다”고 수차례 거듭 밝혔지만,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거래소 간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고, 업비트가 중심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닥사는 업비트와 아이들’이라는 말이 있다. 업비트가 가장 많은 운영비를 내니 어쩔 수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행위 규제 입법이 늦어지면서 결국 자율 규제가 입법 공백을 채울 전망이다. 국회는 정무위를 통과한 1단계 법안 이후, 코인 발행 및 공시 등에 대한 구체적인 행위 규제를 다룬 2단계 입법을 준비 중이다. 국제 흐름에 맞춰 2단계 법안을 준비한다는 방침이지만,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된 만큼 2단계 입법은 22대 국회의 공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닥사가 업계 전체를 대변하기 위해 협의체에 포함되지 않은 코인마켓 거래소의 가입을 받고, 중소 거래소의 목소리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1월 코인마켓 거래소 10개사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자 협의체(VXA)’를 출범했지만, 뚜렷한 대외활동과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한달에 한 번씩 가입사 대표들이 모임을 하는 수준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닥사가 투자자 보호와 업계 전체의 신뢰·성장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거래소가 닥사에 신규로 들어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 업계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