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일부 의원들이 정부 국가재정법 개정안(재정준칙)을 볼모로 삼아 ‘사회적경제기본법’(사경법)에 목을 매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정부 한다는 일은 왜 꼭 어려운 말을 쓰는지 제목만 봐서는 무슨 뜻인지 도저히 모르겠고, 야권에서 내놓는 단어는 의로운 사람이 쓸 법한 단어 같아 있어 보이고 찬성하고 싶어지고 막 그런다.
배우신 분들인 관료들이 내놓은 재정준칙을 나랏말쌈으로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국가채무나 재정적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해 국가재정이 건전하게 관리되게끔 법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남 돕는다고 돈 걷어서사실은 제 주머니 채우는게 특기인 일부 야권의 사경법을 번역기에 돌려보면 이렇다. 86운동권이나 86운동권과 친한 사람이 운영하는 구멍가게가 나라곳간에 빨대를 꽂아 돈을 따박따박 타먹도록 법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재정준칙 줄테니 사경법 내놓으라는 요구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나라살림 빵꾸나고 싶지 않으면 돈 내라는 소리다. 뒤 봐줄테니 보호비 내라는, 어디서 많이 보던 수법이다.
요즘 야권이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법안들은 주로 갈라치기를 노린 표퓰리즘이거나 여당과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보려는 함정인 경우가 많은데, 유독 사경법은 결이 달라보인다.
사회적 기업은 그 숫자도 많지 않고, 종사자나 이해관계자도 당연히 소수다. 표계산을 해보면 선거에 별 도움이 되는 않는 집단인 셈이다. 그런데 어쩐 일로 야권이 이렇게 열정을 불태우는 것일까.
수년간 ‘탈원전’ 마케팅으로 꿀을 쪽쪽 빨던 태양광 사업이 망가지면서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해본다. 물론 높은 뜻을 품고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며 땀 흘리는 활동가들에게는 엎드려 사죄 드린다. 그럴 의도는 추호도 없으나 본의 아니게 그 분들께 누를 끼치게 될까 저어된다.
알려진대로 한동안 태양광은 이른바 ‘86운동권’ 정치세력의 돈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느 유력 정치인은 직접 태양광업체를 운영하기까지 했고, 지난 정부동안 벌어진 태양광 관련 비리가 발각된 것만 2000억 원이 넘는다. 친환경으로 포장된 실체가 드러나면서 태양광은 화수분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때 마침 사회적 기업에 특접 정치집단이 화력을 모으고 있으니 의심의 안테나가 높이 솟을 수 밖에.
다소 과격하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시민단체 ‘세금기생충 박멸단’이 SNS에 공개한 자료를 보자. 이들은 ‘한눈에 보는 세금기생충 영업도’라며 “주로 주사파 출신 운동원권들이 사회적기업, 진보, 인권, 감수성, 재생, 앵커, 친환경 등등을 표어로 하는 추진사업을 준비하고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필두로 다양한 지원 챕터 등을 준비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원 10명을 준비해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사업 입찰권을 획득할 수 잇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사업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없으며, 조직구성 등의 다양한 제한사항 때문에 대다수 수의계약이거나 사실상 수의계약에 가까운 입찰이 진행될 확률이 높으며, 소수의 조합원이 복수의 사업을 관리하는 것이 다수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세금기생충 박멸단의 주장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사경법의 내용을 한 번 들여다 보자.
사경법은 정부 조달액 10%를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생활협동조합에서 구입하도록 하고, 이들에게 국유재산을 임대해 주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정부 조달사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 입찰권을 어떻게 따낼 수 있는지는 더욱 모른다. 정부 조달사업 규모는 연 70조 원에 달하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10%인 7조원을 몇 안되는 사회적 기업들이 나눠먹게 된다. 그것도 국유재산까지 빌려쓰면서.
이런 깜찍한 아이디어는 누구 머리에서 나왔을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는 제출된 사경법안은 5건이다. 민주당 양경숙·김영배·강병원·윤호중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역시나 그 집단이다.경이로운 집단지성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