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선의가 선행을 낳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듯 선물 보따리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8월 직후 수준까지 내려갔다. 고금리로 줄었던 신규 가계대출은 1년 전의 두 배로 뛰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역대급 긴축을 예고했던 한국은행의 여정이 말짱 도루묵이 된 셈이다.
한은은 물가를 고려해 당분간 통화긴축 기조가 필요하다고 엄포를 놨지만, 시장에선 통하지 않았다. 기준금리가 올랐음에도 시중금리는 떨어지는 ‘기현상’을 목도한 탓이다. 한은조차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일찍 풀어버린 선물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집값은 다시 꿈틀대고 물가 오름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1300원대까지 떨어지고 수입물가 상승을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지는 추세다.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역대 최고치인 1.75%포인트(p)를 찍으면서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는 커지는모습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적절치 못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바라는 투자자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면서, 금융기관에는 부실을 이연시킬 여지를 줬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부동산 금융 관련 위험성은 더욱 복잡해지고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 부문 리스크와 취약성 등을 중시해야 하는 당국에는 상생 금융안이 선물이었겠지만, 소비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만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가계신용(빚)이 1년 반 이상의 긴축에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경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단기간의 대출금리 인하가 자칫 장기간의 고통을 초래하지 않도록 당국의 금리 개입이 옳은 것인지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