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채무보증·브릿지론 비중 대형사보다 커
“부동산PF 리스크, 자본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대형사보다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근혁·이석훈·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발표한 ‘국내 증권업 부동산PF 위험요인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자본연은 초대형 투자은행(IB)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구성된 자기자본 상위 8개 증권사 그룹과 그 외 16개 중소형 증권사 그룹으로 구분해 부동산PF 익스포저의 차이를 분석했다.
두 그룹의 부동산PF 유동화증권 채무보증 잔액은 최근 2년 사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형사 그룹의 채무보증 잔액은 11조5000억 원으로, 2021년 3월(7조6000억 원)보다 50.8% 증가했다. 중소형사 그룹은 같은 기간 5조7000억 원에서 8조3000억 원으로 45.6% 증가했다.
위험 익스포저 수준을 잘 드러내는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잔액 비율을 살펴보면 대형사는 17.2%에서 22.7%로 5.5%포인트(p)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중소형사 그룹은 31.6%에서 39.0%로 7.4%포인트(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에서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규모도 중소형사의 증가율(17.1%p)이 대형사(4.1%p)보다 높았다.
특히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중소형사의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는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자본연은 “2022년 9월 이후 PF유동화증권의 평균 발행금리가 급격히 상승함과 동시에 두 증권사 그룹 간 금리의 차이도 0.2%p에서 1.5%p로 크게 확대됐다”며 “기관투자자들이 레고랜드 사건 이후 초대형IB·종투사 증권사보다는 중소형사 그룹의 PF유동화증권에 대해 투자 위험성을 크게 인식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증권사 그룹 모두 자기매입(증권사가 발행한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하는 것) 비중이 2022년 10~12월에 크게 높아졌고, 초대형IB·종투사보다 중소형사에서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레고랜드 사건 이후 신용보강 증권사가 중소형사인지, 채무보증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50%를 초과하는지, 유동화증권 신용등급이 A1인지, 기초자산이 브릿지론인지에 따라 금리, 즉 위험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부동산PF 참여 확대로 부동산PF의 위험이 자본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자본연은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방식으로 부동산PF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부동산PF와 단기자금시장 간 연계성이 높아져 있다는 점과 거시경제나 금융환경에 민감할 수 있는 단기자금시장의 속성을 고려하여 유동성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별 대응책으로는 △각사 상황에 맞는 리스크 평가 △위험평가를 기반으로 한 유동성 확보 계획 △부동산PF 위험관리 기준 정비 등이 제시됐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위험 정도에 따른 위험액 산정 비율 차등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