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확장’ 첨단 반도체 규제 5%서 10% 상향 요구
미국 반도체협회 등 권고 사항
상무부 연내 확정안 발표 계획
미국 하원 중국특위 “마이크론 빈자리 채워선 안 돼”
연합뉴스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상무부가 3월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세부 규정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의견서가 게재됐다.
한국 정부는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한 거래를 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지적했다. 특히 ‘실질적 확장’ 기준을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상, 이전 세대 범용 반도체의 경우 10% 이상으로 규정한 부분에 관해 첨단 반도체 기준도 10%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범용 반도체 기준도 완화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상무부는 △로직 반도체 28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D램 18nm △낸드플래시 128단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국의 우려 기업과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선싱(특허사용계약)을 하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하는 ‘기술 환수(Technology Clawback)’ 조항이 제한하는 활동 범위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가드레일 조항을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이행해선 안 된다”며 “규정안에 있는 ‘실질적 확장’과 ‘범용 반도체’ 등 핵심 용어의 현재 정의를 재검토할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도 한국 정부의 요구에 힘을 실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실질적 확장 기준을 10%로 올리거나 기존 장비의 업그레이드나 교체는 규정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방식을 권고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역시 같은 내용을 요구했다.
한국 반도체산업협회(KSIA)는 특허사용계약을 ‘기술 환수’ 조항의 ‘공동 연구’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KSIA는 의견서에서 “우려국과 특허사용계약을 막으면 반도체 생태계에 필요한 일상적인 사업 거래에 지장을 주고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기업을 전략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 우려 단체’의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수출통제명단에 포함된 기업 등으로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 타격을 받게 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상무부가 관보에 게재한 공개본에는 담기지 않았다. 상무부는 의견 접수를 마감하고 추후 검토를 통해 연내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중단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한국 정부에 마이크론 자리를 대체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마이크 갤러거 중국특위 위원장은 성명에서 “미국은 자국 기업이나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중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며 “상무부는 즉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제재) 명단에 추가하고 어떤 사양의 미국 기술도 CXMT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다른 중국 기업에 제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진출한 외국 반도체 기업에 부여된 미국의 수출 허가증이 마이크론 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최근 몇 년간 이런 중국 공산당의 경제 강압을 직접 경험한 우리 동맹 한국도 마찬가지로 (자국 기업이) 빈자리를 채우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