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상륙 후 '개별 계약'
"취지 거스르고 수익화" 불만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출시 약 8년 만에 수수료 유료화에 나서면서 카드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삼성페이 도입 초기 ‘별도 사용료 면제’를 약속했던 삼성전자는 애플페이의 국내 공습에 이를 뒤집고 ‘각 사 개별 계약’ 방침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에 줄타기를 해야 하는 카드사들은 올해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여기에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까지 수수료 부과를 요구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5년 8월부터 1년마다 자동으로 연장해오던 카드사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향후 개별 카드사와 새로운 계약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페이-앱카드 서비스 운영 협약’의 계약서 11조에 의하면 “삼성전자가 본 계약 기간 동안 앱카드를 삼성페이에 탑재 시,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계약 당시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수익화의 목적이 아닌 서비스 기능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카드사의 앱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카드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도입된 애플페이가 건당 약 0.15%의 수수료를 받으며 향후 삼성페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는 후문이다.
카드사들은 삼성전자가 기존의 취지를 거스르고 삼성페이를 수익화하겠다는 주장은 ‘말 바꾸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삼성전자와 카드 사간의 협업 없이는 지속할 수 없는 구조인데, 삼성전자가 8년 만에 말을 뒤집었다”며 “다만 아직 삼성페이의 수수료화가 공식적으로 나온 게 아니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와 삼성페이의 경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카드업계와 고객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제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필연적이고 수수료도 글로벌 기준에 따라 부과되는 것”이라며 “한국은 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MST 방식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수해 글로벌 결제시장에서 갈라파고스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으로 안전하고 빠른 EMV 표준 결제 방식이 국내에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수료 부과 여부는 정해진 게 없지만,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으로 시장 환경이 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카드사들과 최소한의 협의를 위해 기존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