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입위생조건 높은 조건 유지…직접적인 영향 없어"
세계적으로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관련 검역기준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소고기 수출국들이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이달 21일부터 25일까지 제90차 WOAH 총회를 개최한다. WOAH는 동물 보건과 복지 증진을 위한 정부 간 국제기구로 동물 질병 등의 관리·진단·검역기준 등을 수립하고, 주요 동물 질병의 청정국·청정지역 지위 인정 등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82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세계적으로 확산한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대응과 협력방안을 비롯해 '육상동물위생규약' 개정안도 논의한다. BSE 규약 개정도 여기서 논의된다.
광우병으로 익숙한 BSE는 주로 고령의 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정형 BSE와 BSE에 걸린 소의 육골분 사료를 먹고 발생하는 정형 BSE로 구분된다. 이 때문에 WOAH는 1992년 소와 같은 반추동물을 원료로 한 사료를 반추동물에 주는 것을 금지하도록 권고하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BSE는 8년생 소에서 발생한 비정형 BSE로 정형 BSE는 최근 5년간 영국에서 1건 발생한 것이 전부다.
이번 총회에서는 정형 BSE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서 예찰방식 변경과 지위 획득 요건·교역제한부위 조정을 논의한다.
현재 BSE 지위는 위험무시국, 위험통제국, 미결정국으로 나뉜다. 지금까지는 소를 검사해 검사 1건(정상 소 0.2점·임상증상 소 750점)당 점수를 합산해 일정 점수를 충족하면 그에 맞는 BSE 지위를 부여한다. 7년간 위험통제국은 30만 점, 위험무시국은 15만 점을 채워야 한다. BSE가 발생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7년 동안 정상 소 75만 마리를 검사해야 위험무시국이라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마련되면 앞으로는 예찰을 임상증상이 있는 소만 신고해 검사하고, 지위 획득 요건을 없애는 대신 8년간 신고제로 운영된다. 개정 이후 BSE에 감염된 소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국가가 90일 이내에 사체의 완전 폐기 및 사료 공급망으로의 유입 위험이 없음을 입증하면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는 11세 미만 소에서 정형 BSE가 발생하면 위험무시국에서 위험통제국으로 지위가 하향 조정된다. 위험통제국이 되면 뇌·눈·척수·머리뼈 등의 교역제한부위(SRM)는 수출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지위 획득일 이후 출생한 소부터 이 같은 제한도 사라진다.
이 같은 규약 개정에 따라 축산업계는 소고기 수출국의 수입위생조건 개정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30개월 미만 소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BSE가 발생하면 검역을 중단하는 등 높은 규제 수준을 가지고 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WOAH 회원국 간 공감대를 모아 규약 개정이 이뤄지는 만큼 주요 수출국이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다"며 "특히 미국은 30개월령 미만이라는 조건에 문제를 제기하고,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정부는 수입위생조건 변경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할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위생조건을 변경하려면 정부 간 협의는 물론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국회 심의도 받아야 하는 등 장애물이 많고, 규약 개정이 국가 간 합의에 따른 수입위생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